법원 "정착수수료 환수 조항 없어…계약 내용에 문제 많아"

<디자인=김승종 기자 ⓒ프레스맨>

KDB생명이 전 지점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정착수수료 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지만 정착수수료를 통한 ‘갑질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측은 타사의 고급 인력을 스카웃하기 위해 몇 백만원에 달하는 정착수수료를 제안했다.

설계사의 주 수입원은 인센티브다. 따라서 고정급에 해당하는 정착수수료는 보험 시장 내에서 드문 경우였고, 이에 매력을 느낀 타사 고급 인력들은 KDB생명 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입의 결과인지 KDB생명은 2009년 2조1228억원에서 2010년 2조688억원으로 감소했던 보험료 수익을 2012년 증가세(2조9395억원)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자산 역시 2009년 8조2319억원에서 2012년 11조4731억원으로 39% 늘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KDB생명은 설계사들에게 갑이라는 지위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지점장 직에서 해임되거나 실적이 미달될 시 지금까지 지급한 정착수수료의 50%를 환급하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한 것. 해당 조항들은 초기 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항목들이다.

또한 해당 계약서를 근거로 직원들이 정착수수료를 환급하지 않을 시 소송도 불사하고 있는 상태다.

KDB생명은 지난 2015년 전 지점장인 A씨를 상대로 ‘정착수수료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지급한 정착수수료의 절반을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KDB생명과 A씨는 2010년 12월~2012년 5월까지 매월 700만원의 정착수수료를 고정급 형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지점장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계약서에는 정착수수료 환수 조항이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9개월 후 KDB생명은 A씨에게 ‘향후 2년 이내에 지점장서 해임 시 정착수수료를 환수 조치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했다. 다만 ‘지점장에서 부지점장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경우는 해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

A씨는 강요로 인해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자료에 따르면 A씨는 KDB생명으로부터 ‘서명하지 않을 시 바로 지점장에서 해고될 수 있다’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지점장에서 부지점장으로 신분이 바뀐 A씨는 실적을 채우지 못해 결국 해임됐고, KDB생명 측은 정착수수료 반환소송에 착수했다. 반환요구금액만 4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은 2015년 10월의 1심에서 KDB생명이 아닌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KDB생명과 A씨가 체결한 원 계약서에는 정착수수료의 환수조항이 없다”며 “두 차례에 걸쳐 변경된 계약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적계약인 경우 계약서의 내용대로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내용이 너무 부당하고 황당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설계사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 변경을 요구한 만큼 인정치 않는다”고 판시했다.

KDB생명 측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진행 중이다.

현재 KDB생명은 A씨 외에도 3명의 전 지점장들과 정착수수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KDB생명 측은 이들에게 각각 1551만원, 4100만원, 6000만원의 정착수수료를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 지점장 3인은 KDB생명 측이 불합리한 방법으로 새로운 계약서를 강요했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기자는 KDB생명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현재 재판 중인 만큼,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말만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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