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비버 2022'가 열리는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버닝비버 2022'가 열리는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자기 몸 200배에 달하는 댐을 만드는 비버와 같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센터가 개최하는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2'가 16일 막을 올렸다. 버닝비버는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불타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뜻한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버닝비버 2022는 인디게임 전시를 비롯해 컨퍼런스, 창작자 라운지, 비즈니스 매칭, 문화 체험 등 인디게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축제로 기획됐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내 팝업 공간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전시관에서는 약 80개의 인디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프레스맨>도 버닝비버 2022 현장을 찾아 게임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디게임들을 살펴봤다.

'버닝비버 2022'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부스에서 시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상원 기자
'버닝비버 2022'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부스에서 시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상원 기자

전날 내렸던 눈이 채 녹지도 않은 가로수길을 지나 전시장에 입장하니 추운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아 게임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지스타'처럼 대형 게임사들이 참여하는 큰 전시회는 아니었기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진 않았으나 80여개의 게임부스 모두가 시연 참여를 위한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전시장에 입장하자 기자는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를 안내하는 직원들이 모두 비버 복장과 탈을 쓰고 "입국을 환영합니다"며 방문객들을 환영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수많은 게임들 중 눈에 띄는 5가지의 게임을 플레이했다.

'비트 더 비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비트 더 비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비펙스가 개발하고 있는 리듬게임 '비트 더 비트'는 지구를 파괴하러 온 인공지능 빌런 '비모'를 리듬게임을 플레이하며 저지한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음악이 시작되면 이용자들은 휴대폰 화면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할해 플레이를 진행해야 한다. 화면 왼쪽은 플레이 화면 위쪽에서 떨어지는 '노트'를 제어할 수 있고 오른쪽은 화면 밑부분의 노트를 캐치하는 식이다.  

독특한 세계관만큼 기발한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리듬게임의 기본 구성요소인 노트는 일반적으로 기본 노트와 꾹 눌러야 인정되는 롱노트 등에 불과하다. 비트 더 비트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이 가능한 노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회복 노트'는 맞추기에 성공하면 플레이어의 체력이 회복되며 '페이크 노트'는 말 그대로 노트를 맞추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어야 공략할 수 있다. '연타 노트'는 표시된 횟수만큼 화면을 두드려야 하며 '스매쉬 노트'는 노트에 표시되는 화살표 방향으로 화면을 스와이프 해야 공략 가능하다.

위쪽과 아래쪽 두개로 분할된 게임을 여러가지 노트로 플레이하다 보니 난이도는 상상한 것 보다 어려웠다. 그럼에도 다양한 노트, 잘 짜인 세계관 등으로 자칫 천편일률적일 수 있는 리듬게임을 독특하게 표현해 재미있었다. 출시는 내년 상반기 예정이다.

'러브인 로그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러브인 로그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두번째로 만나본 게임은 온파이어 게임즈가 발표할 신작 '러브인 로그인'이다.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에서 누적 조회수 150만을 넘긴 인기 웹소설 '게임 폐인 동거녀와 순애는 어떠신가요'를 원작으로 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미연시) 게임이다.

게임은 원작 소설에 각색을 가미해 게임만이 인생의 전부라 믿었던 두 남녀가 현실에서 우연히 만나 펼쳐지는 연애, 직장 생활을 담았다.

미연시 장르의 게임은 일반적으로 여자 주인공(히로인)의 질문에 플레이어가 답변 선택지를 고르면 게임의 방향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 히로인의 이용자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며 호감도를 쌓아 연애에 성공하는 식이다.

러브인 로그인에서 독특했던 점은 미니 게임이다. 게임 내 여자 주인공 '박다혜'의 집은 반지하 주택으로 홍수로 인해 침수될 위기에 처한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 원본이 노트북에 저장돼 있어 집안에서 노트북만큼은 구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플레이어 '권도현'이 침수된 주택에 들어가 노트북을 사수해내는 데 이를 게임에선 미니게임으로 구현했다. 최적의 루트를 짜 미로를 탐험하는 식으로 노트북을 구하는데 한번에 성공할 시, 여러 번 성공할 시, 포기할 시에 따라 박다혜의 호감도를 얻는 정도가 달라진다. 히로인의 호감도를 얻기 위한 방식을 독특하게 풀어낸 점이 좋았다.

다만 게임 내에서의 대사, 일러스트 묘사 등이 노골적으로 선정적이기 때문에 체험객들은 조금은 당황할 수 있다. 온파이어 게임즈는 "국내에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수위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브인 로그인은 현재 게임 플랫폼 '스토브'에서 사전 등록을 진행 중이며 오는 22일 출시 예정이다.

'낙원의 기록'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낙원의 기록'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미연시를 플레이 한 만큼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도 플레이해봤다.

핍보 스튜디오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낙원의 기록'은 폐쇄적인 섬 '해록도'에 혼자 방문한 여행객이 미소년 주민들과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어업이 금지되고 방문조차 제한된 해록도에 주인공이 거주하게 되면서 여러 단서를 찾아 출생의 비밀에 대해 파헤치게 된다.

낙원의 기록의 경우 전형적인 미연시 장르의 게임 진행 방식과 비슷했다. 5명의 미소년 주민들은 주인공의 마음을 떠보는 여러가지 질문을 각각 하게 되는데 답변을 선택에 따라 개별 호감도를 얻을 수 있다.   

현장에는 11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1장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출시는 내년 하반기 예정으로 플랫폼은 정해지지 않았다.

'프로스토리'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프로스토리'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팀오파츠가 개발 중인 '프로스토리'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전투를 진행하고 퍼즐 같은 '기믹'을 파훼하며 능력치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플레이어는 어두운 방에서 깨어난 요정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괴물들을 퇴치하고 동료 '레오나르도'를 만나 감옥 같은 장소를 빠져나가야 한다. 다양한 무기들을 기억하고 소환해 전투를 진행할 수 있으며 '룬'을 통해 특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 갑작스러운 사건을 이용자가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경고 문구가 뜨고 플레이어가 있는 장소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데 제한 시간 내에 이유를 찾지 못하면 사망하는 식이다. 공략없이 다양한 기믹들을 헤쳐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그래픽과는 달리 전투나 기믹 상황에서의 몰입감은 상당했다. 긴장감을 주는 화면 변환과 BGM 등이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게끔 효과적이다. 주인공이 요정인 만큼 아기자기하게 표현된 캐릭터들도 매력 요소다. 출시는 스토브에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리플 이펙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리플 이펙트' 플레이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아웃사이더키즈가 개발 중인 탄막 슈팅 어드벤처 '리플 이펙트'는 기존 탄막 슈팅 게임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지녔다.

보통의 탄막 슈팅 게임은 2D 그래픽으로 화면 내에 깔리는 총알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 리플 이펙트는 이와 다르게 3D 그래픽으로 총알을 피하는 경험을 좀 더 실감나게 구현했다. 기자의 경우엔 처음의 튜토리얼과 상황 전개 시 탄막 게임이 아닌 FPS를 상상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고지를 점하는 본 게임을 플레이할 때 적들이 수많은 탄들을 쏟아내면서 비로소 탄막 게임을 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 이용 방식은 일반 모드와 조준 모드로 나뉜다. 일반 모드에선 자동으로 플레이어의 체력이 채워지며 총도 장전된다. 조준 모드로 진입할 시 플레이어 시점으로 화면이 확대되고 적들을 사살할 수 있다.

조준 모드에서만 적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체감하는 난이도는 상당했다. 일반 모드에서는 화면이 큰 해상도로 비치기 때문에 적들의 탄막을 잘 피할 수 있지만 조준 모드에서는 화면이 확대되면서 플레이어를 향한 탄들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적들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탄들을 피해야 하는 탄막게임인 만큼 이 부분에서는 이용자들의 숙련도가 필요해 보였다.

현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분량은 전체 게임의 5% 정도라는 것이 아웃사이더키즈 측의 설명이다. 아웃사이더키즈 관계자는 "게임 전체를 플레이할 시 초보자 기준으로는 11시간 정도이며 숙련자 기준으로는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현재 아웃사이더키즈는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얼리엑세스를 진행 중이다.

'버닝비버 2022' 전시관 내 뽑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부스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버닝비버 2022' 전시관 내 뽑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부스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전시장은 일층과 지하 1층, 지하 2층,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엔 무대와 티켓 교환소, 게임 부스들이 설치됐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는 게임 부스와 현장 이벤트 장소 등이 마련됐다. 전시장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내려가는 곳과 올라가는 곳이 분리됐으며 계단마다 안전 관리자들이 동선을 정리해 관리했다.

현장에선 색다른 이벤트들도 개최된다.

게임을 하나씩 플레이할 때마다 1개의 스탬프를 지급받을 수 있다. 스탬프 3개를 모으면 ‘비버코인’ 1개로 교환할 수 있는데 비버코인으로 뽑기 이벤트나 즉석 스티커 사진 등을 촬영할 수 있다.

별도의 경품 행사도 진행된다. 참관객 당 한번의 뽑기 기회가 제공되는데 기자는 5등에 당첨돼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핫팩을 받을 수 있었다.

주말에는 유명 크리에이터와 인디게임 관계자들의 팬 사인회도 열린다. 오는 17일에는 '러브딜리버리'에 등장하는 '반주희' 역을 맡았던 이명호 성우와 스트리머 '수련수련'이 참여한다. 오는 18일에는 테일즈샵이 개발한 '그녀의 세계' 제작진 '지나가던개', '슈니아'와 스트리머 '김나성'을 만나볼 수 있다.

스토브에 마련되는 '버닝비버 2022 온라인 전시관'에서는 내년 1월 15일까지 150여개 이상의 게임을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스토브의 차세대 소셜 영상 서비스 '피풀'을 통해 컨퍼런스와 창작자 라운지 등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한다. 오는 21일과 22일 인디게임에 대한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참여형 컨퍼런스 '비버콘'도 개최될 예정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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