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위메이드, 업비트,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위메이드, 업비트,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위믹스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며 사회악과 같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달 25일 자사 가상자산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의 눈물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간 위메이드가 해왔던 행태를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올해 초로 되돌아간다. 당시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위메이드가 지난 2020년 11월부터 대량의 위믹스를 매각해 약 2000억원대의 자금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명 '먹튀' 논란이 커지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코인을 예고 없이 매도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코인을 매각해 생태계를 위한 재투자에 쓰겠다는 내용은 위믹스 백서에도 명시했다"고 했다.

이는 과연 적절한 명시였을까. 위믹스 백서에는 '총 발행량 10억개 중 74%는 장기적인 생태계 성장 지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다만 위믹스 백서는 영문으로 작성돼 있고 해당 내용 명시도 백서 내 구석에 작게 적혀있다. 장기적인 생태계 성장 지원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 대량 매도를 통해 현금화를 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는 위메이드의 잘못된 공시로부터 촉발됐다. 지난 10월 25일 3000억원대의 위믹스 시가총액은 가격의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다음날인 26일 8000억원대로 2배 넘게 표기됐다. 논란이 일자 위메이드는 코인마켓캡에 위믹스 유통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통되던 위믹스가 업비트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서보다 약 7000만개나 많았다. 

위메이드 측은 공시 의무가 없는 가상자산에 대해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시를 진행했던 것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시 자체를 하지 않는 다른 가상 자산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유통량 공시로 시장과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공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상장사에서 벌어진 일이라 투자자들의 실망은 더 컸다.

가상자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P2E 게임에 진출한 다른 게임사들도 연달아 악재를 맞았다.

컴투스 그룹은 자체 발행 가상자산 '엑스플라'를 활용해 P2E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런데 엑스플라가 상장해 있던 미국 3대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상당수의 엑스플라가 FTX에 묶이게 됐다. 넷마블도 올해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P2E 게임 '몬스터 아레나 얼티밋 배틀' 글로벌 버전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좋지 못했던 P2E 게임 시장에 위믹스 사태가 재까지 뿌린 격이다.

P2E 게임이 촉망받으면서 여러 게임사들이 진출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가상자산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은 부족했다. 다만 이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인 규제가 부재하기 때문에 촉발된 것도 있다. 현재 법적으로는 가상자산은 아무 가치가 없다. 가상자산 자체가 화폐나 재물 등으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인을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당장은 육참골단의 결단이 요구된다. 위믹스 코인은 2000원대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순식간에 600원대로 떨어졌다. 위메이드 그룹 관련 주가는 모두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위메이드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고통분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다. 위메이드가 통크게 위믹스를 모두 사들이는 방안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고꾸라진 위믹스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키는 위메이드가 쥐고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위믹스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우선적으로 위믹스를 유가증권이나 화폐처럼 발행과 유통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 학장은 위믹스의 경우 발행과 유통을 모두 위메이드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2E 게임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유통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경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신뢰성은 제대로 된 유통 관리가 첫걸음이라고 했다. 

며칠 전 게임업계의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 이들은 이번 위믹스 사태를 두고 하나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전체 게임업계의 신뢰도를 깎아 먹었다며 불안해 했다.

블록체인 사업은 한때 게임산업을 이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다. 글로벌 게임사들도 이에 너, 나할 것 없이 진출하며 장밋빛 미래들을 약속했다.

지금은 어떤가. 위믹스 코인 가치가 모든걸 대변해준다.

꼬인 실타래는 어떤 방식이든 서둘러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업계가 앞으로 새 사업을 시작할 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혹은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때 수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젠간 애꿏은 다른 게임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슈퍼 갑질, 사회악, 그리고 눈물. 과연 누가 누구에게 하고 싶은 말일까.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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