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연금·국채 등 노후자산에 직격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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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일본의 3단계 양적-질적-금리 완화책인 마이너스 금리<1월 29일자 '"돈 맡기면 수수료 내라" 일본은행,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기사 참조>가 시행됐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 정부가 이번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한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율(시중은행이 예금액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일정 비율) 초과분 가운데 전년도 초과 지준의 평균 잔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0.1%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정책을 도입하면 민간은행이 일부러 수수료를 지급해 가며 일본은행에 예금을 예치하지 않아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예금하면 이자대신 수수료를 물겠다"라는 것이다. 일본 금융시장은 이렇듯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돌입하게 된 것을 의미하며 가장 먼저 그리고 큰 타격을 맞는 것은 예금, 국채, 보험, 연금 등의 노후자산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손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한 직후인 2월 3일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졌다. 미쓰비시 도쿄 UFJ은행이 대기업의 예금계좌에 관리 수수료를 도입한다는 보도가 발표된 것이다. 은행은 즉각 "검토조차 하지 않은 사안이다"라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은행의 속내는 다르다.

마이너스 금리는 개인과 기업이 예치한 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개 중앙은행들이 도입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긴 예금에만 적용된다. 이를 개인과 기관들에게도 적용해 맡겨둔 예금에 이자를 내야하는 상황이 오면, 손해를 염려한 개인과 기관들이 자칫 돈을 대거 인출해 은행 부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준율 초과분에 대한 역마진으로 더이상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비지니스 모델의 근간이 흔들리는 셈이다.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만큼의 비용을 어디선가 상쇄해야만 한다. 개인이나 기업에게 까지 계좌 관리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저항이 너무 커 도입하기 어렵고 송금 수수료나 ATM 이용 수수료를 인상해서라도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대형은행의 보통 예금 금리는 0.02%. 100만엔을 1년간 맡긴다고 해도 200엔 밖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 2번의 ATM수수료로 1년간의 이자가 날아가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정기예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차라리 자유롭게 인출 가능한 보통예금에 예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장 뛰어난 안전자산인 '국채'<2월 21일자 '日마이너스 금리 직격탄 맞은 '유초(郵貯)은행' 갈곳없는 '자산 2050조'' 기사 참조>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인 국채에 자금이 몰려 국채 금리(가격 상승)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직 대형은행의 간부는 "안전성이 높은 채권 등을 운용하는 투신사의 MMF(머니 매니지먼트 펀드)도 국채금리 하락으로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제는 안심하고 보유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험은 해지하는 것이 좋다!?

예금도 국채도 안 된다면 향후에는 어떠한 형태로 자산을 운용하면 될까?

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보험상품은 적립이율고정형과 적립이자율변동성으로 크게 나눌수 있다.

이율고정형의 경우 이번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은 없으므로 해약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적립이자율변동형 보험 상품의 경우 대부분의 상품은 최저 보증이율을 설정하고 있어 최소한의 리턴은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중에는 원금 보장이 없는 보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되면 수십년 동안 투자한 보험금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변동 금리형 보험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 오히려 해약하는 것이 나은 셈이다.

노후 생활의 최대 보루인 연금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일본의 연금 적립금은 현재 GPIF(연금 적립금 관리 운용 독립 행정 법인)이 관리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하이 지수 폭락을 계기로 전세계 주식시장의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지난해 7~9월기의 GPIF의 운용 성적은 약 8조 엔 마이너스 였다. 이는 총 자산의 5.6%에 해당한다.

닛케이지수 평균은 연초대비 20% 가까이 하락했고 엔화 강세로 인해 해외자산도 줄어들어 GPIF의 연간 운용실적의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GPIF 운용실적의 적자폭 여부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나 지급액 축소 등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금도 최대한 빨리 수급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돈을 빌리면 빌리는 만큼 번다!?

이렇듯 마이너스 금리는 자산 운용면에서 마이너스 측면이 많다. 그렇다면 대출은 어떨까?

돈을 빌리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듣는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가 현실일까.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은행의 변동 금리는 0.57%. 고정 특별 금리 플랜이라면 3년 고정 0.38%로 그 어느때보다도 낮다.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크게 변동 금리와 고정 금리가 있다. 변동 금리는 은행의 정책 금리 기준이고 10년 이상 고정금리나 플랫 35등의 금리는 '장기금리(10년물 국채 유통 이율)'이 기준이다. 2월 9일에는 일본의 장기 금리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져 3월 이후 은행들의 주택 담보 대출의 고정 금리도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국가들은 유로존(-0.3%) , 스위스(-0.75%), 스웨덴(-0.35%) 등이다. 이 가운데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 국가 중에는 주택 담보 대출의 원금을 깎아 주는 은행도 있다. 예를 들어 3000만엔을 빌린다면 아예 담보 대출 잔액을 2950만엔으로 깎아 주는 식이다.

돈을 빌려서 이자를 받는 그동안의 금융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도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상태는 발생하고 있다. '주택 담보 대출 공제'라는 구조가 그것으로 이는 차입금 1%가 10년간 세금 공제된다. 가령 주택 담보 대출의 차입 금리가 0.6%이면 실질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차액인 0.4%의 이자를 받는 것이다. 1000만엔의 대출금이 있다면 년간 4만엔 수익이 되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이 마이너스 금리 혜택을 받는 몇 안되는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집을 구입해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는 사람은 하루빨리 대출 차환을 검토해 실행하는 것이 이득이다.

기존의 금융상식을 파괴하고 개인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산운용이 대출이라는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 일본 금융시장.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알토란 같은 노후자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마이너스금리라는 이름의 이빨이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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