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한국팔로워십센터 대표 "비서 대부분 비정규직…정(情)직원 캠페인 펼쳐 나갈 것"

<그래픽=김승종기자 ⓒ프레스맨>

[프레스맨 = 전기룡 기자]

해마다 끊이지 않는 기업오너들의 갑질논란. 비단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아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에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인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자신의 수행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고, 무학의 최재호 회장 역시 자신을 보필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비서는 극 중 감초 역할을 수행하며 긍정적인 모습만을 비춰왔다. 하지만 이번 갑질 논란을 통해 비서와 수행기사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프레스맨>은 전문비서협회 소속이자, 한국팔로워십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의씨를 만나 비서업계의 현실과 이를 위한 해결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팔로워십센터 이준의 대표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전문비서협회 소속이자, 비서 지망생들과 현직 비서 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국팔로워십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의입니다. 현재 부천대학교 비서경영학과 교수직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전문비서협회를 출범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오랜 비서 생활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비서백서’, ‘비서처럼 일하라’라는 책을 썼었습니다. 출판 후 이 책을 읽은 많은 비서 동료들이 저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당시 그들의 문의 메일을 받았을 때 저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기업, 외국기업, 중견기업에서 비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만 근무해 왔습니다. 하지만 문의 메일을 보내는 동료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일을 하는 사람이 비서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란 부분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비서의 권익보호라는 취지를 가지고 전문비서협회라는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전문비서협회의 특이점은 무엇입니까.

“전문비서협회는 사단법인이 아니라 조합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협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업종의 협회도 찾아가고 공청회도 방문하는 등 많은 사전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가장 실망한 점은 아무리 한가지 직업을 대표하는 모임이라도 정치적 행위가 생기고, 영리적인 목적을 지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해 협회를 만들게 된 친구들은 공동의 책임과 권리를 분담하기 위해 조합 형태의 협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전문비서협회에서 어떤 직급을 맡고 계십니까.

“협회 출범 멤버이지만 협회 내에서 직급은 없습니다. 저의 경우 한국팔로워십센터라는 교육 기관을 운영 중입니다. 영리적인 교육 기관이기에 제가 협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경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협회장을 비롯해 회원 다수가 현직 비서이기에 자신의 얼굴과,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노출될 경우 곤란함을 겪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대외적인 인터뷰의 경우 제가 대신 맡아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문비서협회가 어떠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정(情)직원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현재 비서직 종사자 중 70% 가량이 파견회사를 통해 비정규직(간접고용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관계가 종료되는 것인데, 저는 이 같은 점에서 심적으로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비서는 사람과 사람간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입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비서로 근무를 하게 된다면 상관에 대한 충성도가 생기지 않는 것은 물론, 애사심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규직 비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비서의 70% 가량이 비정규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파견회사를 설립하는데 있어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견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상시 고용인원 5명,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합니다. 이 같이 간단한 요건이면 파견회사를 설립할 수 있어,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가 꽤 존재합니다. 이러한 회사에서 직원들을 파견 보내다 보니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5%, 많게는 20% 가까이 수수료를 챙기면서 비서들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일본의 파견회사는 자신들의 소속 근로자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국제 연수까지 보내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의 경우 파견회사 소속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파견을 나가는 회사 보다는 파견을 보내주는 회사에 충성심 및 애사심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무분별한 파견직 확대로 일자리 창출을 꾀할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마련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향후 진행될 전문비서협회와 한국팔로워십센터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우선 전세계 비서협회와 연계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체제를 준비 중입니다. 또한 ‘한국형 서비스’라는 비서 서비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팔로워십센터 베트남 지사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형 친절함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의 경우 사회주의 기반의 국가이기에 친절함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국형 친절함을 돈을 주고서라도 얻고 싶어했습니다. 현재 베트남, 중국 등지와 이야기를 진행 중이며 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도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외에도 비서들을 잘 활용할 줄 아는 CEO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실제 임원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비서들에게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대기업, 중견기업, 외국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비서라는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알리고, 정규직 비서가 보편화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현직 비서로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비서 생활을 하시면서 타 직업과는 차별화되는 장점 등을 겪으셨을 것인데 이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비서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의사결정권자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입니다. 5년 전 제가 창업을 하고 현재까지 무리 없이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데는 비서로서의 경험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오너와 함께 다니면서 영업은 어떻게 하는지,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대하는지, 비전과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창업을 준비하던 21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서실 출신들 중 기업의 요직의 올라가는 사례가 꽤 존재합니다. 실제로 삼성그룹 같은 경우 사장단들 중 30% 이상이 비서실 출신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회사 역시 비서로 근무하다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이후 해외에서 주재원 생활을 마친 다음에 부서장급으로 발령 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비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안 좋은 사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겠습니까.

“비서를 임원의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빈번히 존재합니다. 임원에게 기업이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은 차량과 비서입니다. 그렇기에 임원의 성과가 좋지 않아 해고되는 경우, 그 임원의 비서 역시 동반책임을 물어 함께 해고되는 케이스를 많이 목격해왔습니다. 그리고 비서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일을 시키는 임원들 역시 존재합니다. 비서는 임원을 보좌함으로써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심부름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직업의식을 잃어버리는 비서들이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임원들이 자신의 실수를 비서에게 전가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임원이 회사에 자신의 비서를 정규직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 이를 승인해줍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사례가 1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임원들에게 비서는 한 배를 탄 동반자라는 인식보다는 아직은 도구라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서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제가 매 강의마다 강조하는 것은 비서가 임원들에게 대접받고 대우받고 싶으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기에 다른 어떤 직업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전문비서협회와 한국팔로워십센터를 통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규직 비서 확대와 인식 변화라는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다른 직업군들이 저희를 선례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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