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투성이 기초 통계자료…경총 권고안에 싸늘한 여론

<그래픽=김승종기자 ⓒ프레스맨>

[프레스맨 = 윤종열 기자]

경총 분석...2014년 기준 韓 3만7천 달러 vs 日 2만7천 달러
작년 대기업 대졸초임 4천75만원...영세기업은 2천55만원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이 발표한 ‘2015년 대졸 신입근로자 초임’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이 2014년을 기준으로 3,976만원으로 2014년 평균 환율로 3만 7,756달러를 기록해, 일본의 2만 7,105달러보다 무려 39%나 높다는 것이다. 이에 경총은 청년 고용을 촉진하고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높은 대기업 대졸 초임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두 나라의 경제력을 감안했을때 더욱 커진다. 한국 대기업의 대졸 초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35%인 데 비해 일본은 74.8%로 한국의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60.2%포인트 높은 것이다.

경총의 이같은 분석에 대해 수많은 언론 매체들도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체계를 한목소리로 질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같은 조사 결과는 수많은 허점 투성이다.

먼저, 통계에 적용한 연령에 있다. 징집제도가 없는 일본과 비교하여 대상 연령을 높이 잡은 것은 이해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4세 이하로 초봉을 집계한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24세 이하의 임금을 기초 통계로 삼아 연령차가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초임은 적지만 근속 연수에 따라 급격하게 상승하는 임금체계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두번째로는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일본의 '상용직'을 기초 통계자료로 삼아 평균을 냈다는 점이다. 일본의 '상용직'의 의미는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달리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비정규직이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세번째로 지적되는 문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근로시간 차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일본의 1,729시간보다 무려 23%나 많다. 단순 연봉이 아니라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야 보다 공정한 조사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14년은 일본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책으로 엔화가치<1월 29일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600달러?…현실과 동 떨어진 1인당 GDP의 허상' 기사 참조> 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원화가 상대적으로 4~50% 고평가 됐던 해였다. 이같은 환율 왜곡 현상을 보정하지 않고 두 나라의 임금 체계를 비교했다면 그 비교가 자체가 통계적으로 무의미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임금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기준 통계청 조사에서 전산업 상위 10%의 월 임금총액은 420만원으로, 한해 전보다 20만원이 늘었다. 반면에 하위 10%는 80만원에서 변동이 없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 격차가 5배에서 5.25배로 더 벌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불안정·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임금 격차에 따른 불평등이 청년세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뒤로 한채 경총에서 일본과 비교해 39%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가며 대기업 정규직 초임을 3600만원 수준에서 동결시키고 신규채용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권고를 발표한 것은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경총의 이같은 발표를 두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중소기업 초임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단순히 하향평준화를 하려 한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왜 사회초년생들 허리띠만 졸라매려고 하느냐”며 강한 질책성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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