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2.6%에 그쳐

[프레스맨 = 윤종열 기자]

中 경기둔화로 수출전선 먹구름…건설경기 먹구름·가계부채도 부담

지난해 한국 경제가 2.6% 성장하는 데 그쳐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분기 성장률도 지난해 3분기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가 4분기엔 다시 0%대로 추락, 초저금리와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 갖은 처방에도 '3% 턱걸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미약한 내수 회복…2%대 재추락

26일 한국은행의 발표한 ‘2015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면서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구매력 변동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나아져 6.4% 증가했다.

분기 성장률은 2014년 1/4분기 1.1%였다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4분기에 0.5%로 떨어진 뒤 이후 다석 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3/4분기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의 기저효과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1.3%)을 기록한 바 있지만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4분기 낙폭이 큰 데는 건설투자가 6.1%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중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2.1%, 3.3%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4%, 설비투자는 5.2% 늘었다.

반면 수출은 0.4%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마이너스 0.3%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마이너스 1.2%포인트로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4년 4% 성장한 제조업이 지난해 1.4% 성장에 그친 것도 수출 부진과 연결된다.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내수 부양책에 힘입어 민간소비 성장률이 3년 만에 2%를 넘겼다지만 2010년(4.4%)의 절반이 안 된다.

이런 성장률은 외부와 비교해도 저조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3.1%)보다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2011년부터 5년 연속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또 2.5%가 나올 것으로 추산되는 지난해 미국 성장률과도 별로 다를 게 없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도 경제가 ‘성숙 상태’에 있는 미국보다 2~4배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했지만 2012년부터 미국에 근접하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해 노화되는 셈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3% 달성 불투명

정부(3.1%)와 한은(3.0%)은 올해 3%대 성장을 전망한다.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도는 게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경제 성장률도 3%대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간기관들은 2%대 중후반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는 2%대 후반인 민간연구소나 해외 금융권보다는 전망치가 높아 한국은행이 여전히 낙관론만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14년 4월 2015년 GDP 성장률을 4.2%까지 전망한 이후 전망치를 계속 내렸다. 실제 성장률인 2.6%와는 무려 1.6%포인트 격차가 나면서 국내 최고 경제 예측기관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2012년 2.3%로 바닥을 찍은 뒤 2013년 2.9%, 2014년 3.3%로 미약하게나마 상승세를 그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2%대로 꺾이면서 2%대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반짝 성장은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정부가 추경 예산을 투입하고, 부동산과 소비 부양책을 쏟아낸 효과가 컸다.

문제는 정부가 계속 부양책을 동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주택 거래가 주춤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연초엔 소비절벽도 우려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수출도 크게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국제 유가가 계속 추락하면서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성장률 역시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수출액(잠정치)이 전년 같은 달보다 13.8% 감소한 것에서 보듯 세계 교역의 위축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에 건설투자가 급감한 것을 보면 내수도 기대만큼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네 배(1%→4%) 뛴 건설투자가 수출 부진을 상쇄하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4분기에는 정부·공기업 투자가 줄고 민간 투자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는 주택시장 조정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빚 1200조원을 떠안은 가계의 소비 여력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진작 제기돼왔다. 사상 최저 금리가 건설경기를 띄우는 반면 가계부채를 위험한 수준으로 늘렸는데, 이미 충분히 낮은 금리를 통해 경기를 띄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들이 1000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사내유보금을 쌓은 상태인데도 이를 가계로 흐르게 하는 실질적 방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저성장 국면을 인정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3%대 성장에 집착해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에 매달리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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