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블·도박죄와 오락의 간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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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한번이라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전철역마다 가장 요지에 두서너개씩 자리한 현란한 네온싸인을 발하는 빠칭코를 봤을 것이다.

일본의 빠칭코 시장규모는 년매출 20조엔(200조)가 넘는 거대시장이며 습관적으로 빠칭코를 즐기는 인구는 약 1400만명에 달한다.

빠칭코는 현금을 지불하고 게임에 사용되는 쇠구슬이나 코인을 구매해 즐기지만, 게임에 이겨 쇠구슬이나 코인을 다량으로 얻게 되면 점포내에서 현금으로 교환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점포내에서 쇠구슬과 코인을 1차적으로 경품으로 교환후 빠칭코 근처의 교환소에서 현금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같이 일본내에서의 빠칭코는 도박과 오락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상에 위치한다. 국제적 기준에선 갬블 분류되는 빠칭코의 일본 국내에서 법률·행정적 위치는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 도박은 범죄다. 카지노와 같이 법률하에 예외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엄격한 조건아래에서 운영되는 것을 제외하면 그렇다.

물론 일본에서 도박은 형법 185조(도박), 186조(상습도박 및 도박장 개설)에 의해 범죄에 해당한다. 일본의 빠칭코는 국제적으로는 엄연히 도박에 해당하지만, 일본 국내에서 행정상으로는 오락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른바 공영 갬블 5종(중앙경마, 지방경마, 경린, 경정, 오토 레이스)와 복권, 축구복권토토(스포츠진흥복권)은 형식상 도박이지만 각 독립된 법률에 의해 행해지는 것으로 범죄로 취급되지 않는다.

또한 형법 상으로도 형법 35조에 따라 '법령 혹은 정당한 업무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로 되어 있다(정당행위).

반면 빠칭코는 전후 서민의 오락으로서 상당히 넓게 퍼져있으며 몇번의 붐을 통해 거대 산업으로 발전해왔다.

극심한 유행을 타는 빠칭코의 형태와 사회 속에서 그 의미가 변형되어 매번 서민의 오락성과 도박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왔다.

풍속영업제재법에서 풍속영업적정화법으로...지자체에서 정부 관리체제로 전환

최초 빠칭코 대유행을 이끈 것은 1949년 마사무라 타케이치가 확립한 '마사무라 게이지'라고 불리는 기계로 현재 빠칭코의 원형이다.

1952년 구슬이 자동적으로 발사되는 연발식이 고안되어 커다란 붐이 일었고 도박성도 현저하게 높아지게 된다.

이것을 문제삼은 도쿄도 공안위원회는 1954년 연발식을 금지하고 경시청은 빠칭코 기계의 기준을 더욱 더 엄격히 정해 업계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된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컴퓨터를 탑재한 화려한 화면의 빠칭코가 개발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피버 붐'이라고도 불리는 당시의 빠칭코는 도박성이 과거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경시청은 1984년에 이르러 기존의 풍속영업제재법(風俗営業取締法)을 풍속영업적정화법(風俗営業適正化法·풍적법)으로 전면개정하여 기계의 인허가를 지자체에서 정부가 직접관리 감독하는 형태로 바꿨다.

풍영업에서 풍적법으로 전환한 목적은 경찰행정의 기본을 지자체에서 국가 레벨로 격상시켜 풍영법의 제재대상이었던 도박과의 관계를 더욱 명확히 해 전국 단위로 일률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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