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하나금융그룹,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이미지=하나금융그룹, 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금융계가 충격에 빠졌다. 

동일 사안으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함 부회장은 정반대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함 부회장은 차기 하나금융 회장에 내정된 상황이어서 자칫 CEO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지난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즉각 항소했다. 함 부회장은 법원 판결 이후 사흘만인 지난 17일 서울고법에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집행정지 여부는 징계 취소소송 본안 항소심 재판부인 행정4-1부(권기훈 한규현 김재호 부장판사)가 판단한다.

금감원은 앞서 DLF 사태와 관련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사법부 일관성 기대했는데… 재판부에 따라 180도 다른 해석 논란

이번 판결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같은 사안 다른 결론이라는 점이다. 먼저 DLF를 살펴보자. 이 상품은 스와프 금리 또는 국고채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펀드상품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9년 미국과 영국ㆍ독일 채권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7950억원어치 팔았다. 그러나 은행 측 예상과 달리 그해 말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3000여명의 소비자가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당시 은행들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했다고 판단해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각각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손태승 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낸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당시 우리은행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또 현행법은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라고 돼 있지, 이를 준수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손 회장의 판결에 따라 함 부회장 역시 승소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법령을 두고 함 부회장에게만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함 부회장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현 시행령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이 막대한 데 반해, 원고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통상적으로 금융사 CEO 선임절차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에 의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며 장기간 여러 절차와 검토를 통해 이뤄지는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피해는 결국 은행과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떠 안게 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선 최고 경영자 선임이라는 막중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사법부가 같은 사안으로 정반대의 판결을 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동일한 잣대의 판결을 내는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