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근대골목단팥빵, 다이소, 팔도, 오리온, 오뚜기, 롯데마트, 뚜레쥬르
사진=근대골목단팥빵, 다이소, 팔도, 오리온, 오뚜기, 롯데마트, 뚜레쥬르

아이와 어른의 합성어 '키덜트'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 알려진 개념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의 감성과 분위기를 간직한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는 지난 2014년 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까지 7년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또 향후 성장세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MZ세대에게는 기성세대가 보고 듣고 즐기던 상품들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를 끄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레트로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식품업계에서는 '초딩입맛'이라고 불리는 어른이 소비자와 '할매니얼 입맛'으로 통하는 MZ세대를 동시에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초딩 입맛' 겨냥한 추억의 간식들

3040 이상 소비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는 동네빵집에서 팔던 것과 같은 각종 빵 제품과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간식 세트, 음료수, 젤리 등이 대표적이다. 

옛날빵 전문 베이커리 근대골목단팥빵은 ‘초딩 입맛’을 저격하는 달콤짭조름한 빵으로 구성된 ‘초딩입맛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직접 끓인 팥소와 견과류, 생크림을 가득 넣은 근대골목단팥빵 대표 메뉴인 ‘생크림 단팥빵’과 풍부한 녹차향의 ‘녹차생크림 단팥빵’, 상큼 달콤한 맛으로 인기인 ‘딸기생크림 단팥빵’이 포함이 됐다.

다이소는 식품 코너에 ‘월드컵 어포’ ‘별뽀빠이’ ‘호박 쫀드기’ 등 추억의 과자와 간식을 판매하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온라인 몰에서도  ‘차카니’ ‘아팟치’ ‘월드컵 맛기차콘’ ‘감자알칩’ ‘꾀돌이’ 등 문방구 주전부리 15종을 한데 모은 ‘추억의 간식세트 철수와 영희’를 선보이기고 있다.

팔도는 학창 시절 ‘소풍 필수템’인 뿌요소다를 24년 만에 재출시했다. 1998년 출시된 뿌요소다는 청량한 탄산과 과일향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도 추억의 젤리 ‘마이구미’를 업그레이드한 '포도알맹이'를 내놓았다. 쫄깃한 젤리로 포도껍질을, 속은 포도과즙을 넣은 말캉한 젤리로 채워 실제 포도 속살을 먹는 듯한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MZ세대 '할매니얼' 입맛을 잡아라

오뚜기는 최근 한국 전통식품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옛날’ 브랜드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상품으로는 당면과 참기름, 국수, 볶음참깨 등이 있다. 

압착식으로 짜낸 ‘오뚜기 옛날 참기름’의 매출은 2019년 283억원에서 지난해 306억원으로 약 8.3% 증가했다. 우리 고유의 맛을 강조하면서 기성세대 뿐 아니라 젊은층의 입맛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할머니들이 즐기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선호하는 ‘할매니얼’ 트렌드가 MZ세대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건강한 건강한 곡물 제품도 인기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발표한 2021년 매출을 살펴보면 ‘흑임자’가 들어간 식품은 38.5%, ‘귀리’는 42.4%, ‘병아리콩’이 함유된 식품은 91.4%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MZ세대가 할머니 입맛으로 돌아선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하고 균형잡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이에 맞춰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곡물스틱 제품을 출시했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흑임자와 콩떡, 감자채 등 구수한 재료들을 사용한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키덜트 마케팅의 의미와 한계 

키덜트의 유행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어린 시절 향수를 쫓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사회적 나이’의 변화도 이러한 현상에 한몫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취업이나 결혼 등이 늦어지면서 체감하는 나이 역시 과거보다 낮아진 영향이라는 것이다. 

자주 유행하는 키덜트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 과거 제품의 재출시에만 치중하고 새로운 맛이나 트렌드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덜트를 상대로 한 이른바 '추억' 마케팅은 과거의 아이템을 다시 소환하는 것이므로 투자 비용은 적은 반면 구매력을 가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므로 평타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쉽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복고 열풍을 타고 부모님 세대 식품들이 리뉴얼돼 나왔을 때 처음에는 호기심을 느꼈으나 이제는 같은 패턴이 식상해졌다는 것. 

일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매출이 늘거나 소비자에게 당장 어필하기 어렵더라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연구개발과 시도는 여전히 필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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