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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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막바지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개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은 금산법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빅테크는 전자금융업자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완화된 전금법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위는 빅테크와 금융권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연내 전금법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 3월 새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국회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금융위에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내용은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 중 제36조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부분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1월 국회에 정부안으로 온플법을 제안했고 여기에 제9조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를 담았다. 두 법조문이 똑같이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행위 규범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반면 금융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용 자체가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플랫폼에 대한 일반법을 제안한 것이며 전금법은 전자금융업자들의 금융거래 행위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단지 일반법처럼 보여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부처가 총돌지점이 있는 것은 아니며 현재 양측이 잘 조율해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온플법과 전금법의 해당 부분은 용어나 의미에 약간의 혼동이 있어 보이는 정도일뿐 실질적으로 둘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전금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서는 "올해는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이 있는 만큼 그에 좌우되는 부분이 있어 그 전까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당국의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연장선상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회사와 빅테크·핀테크간 불균형적 경제여건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빅테크와 금융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모토로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내세워 왔다. 빅테크든 은행이든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면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공평한 경쟁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빅테크를 전자금융업자로서 규제하는 전금법 개정을 통해 빅테크에 현 금융권 구준 만큼의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고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빅테크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도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맥락이다. 이에 카카오페이 등 일부 빅테크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금융권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빅테크에 금융거래와 관련한 개인 신용정보 등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 반면 빅테크는 주문 내역 등 핵심 전자상거래 정보가 신용 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금융 앱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빌리티 업체인 타다 인수도 시중은행들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은행은 금산법, 은행법으로 각각 15%, 20%로 비금융 자회사의 지분제한이 있는 반면 전자금융업자인 빅테크와 핀테크는 이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빅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핀테크와 규제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어떤 편익과 효용을 누리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기존 은행들에게 인뱅과 같이 원앱 유니버셜 뱅킹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전에 못했던 이유가 규제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은행권에서 스스로 변화하려고 얼마나 노력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일규제 동일원칙이라는 금융위의 입장에 손을 들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빅테크에 보다 섬세하고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테크는 플랫폼을 가진 특성상 은행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고객은 단순히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지만 빅테크의 고객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총합”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고객을 확보하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고 이러한 특성은 필연적으로 독과점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빅테크의 시장 점유는 결국 자연스러운 독과점이라는 틀 안에서 봐야한다"며 "이를 우리가 어디까지,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기관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했다. 그는 "금융기관에 금산분리와 같은 규제가 있는 것은 금융기관의 사업기반이 고객의 돈이라는 점 때문”이라며 "이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고 꼬집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BIS(국제결제은행) 보고서를 언급하며 "빅테크가 가진 특수성에 비춰 추가 규제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금융위의 주장처럼 기능에 중심을 두는 규제가 대세가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라며 “이전에는 기관중심 규제가 일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규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강조된 게 동일기능 동일규제다”라고 언급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인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는 “빅테크는 주로 그림자 금융방식으로 이뤄져 고객 자금에 대한 안전한 보관의무가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금융기관과는 다른,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BIS를 비롯해 많은 국제기관들이 이를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의 규제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BIS는 지난해 8월 보고서(Regulation Big Techs in Finance)를 통해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로 빅테크기업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라이선스문제는 해소되지만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에 따른 위험과 책임소재 등 다양한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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