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가계부채·노령화·인구감소 악재뿐인 한국경제 먹구름

<디자인=김승종 기자>

올해 8월14일부터 12월 말까지 135일중 115일간 계속되던 '코리아 바겐세일'로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6개월만에 다시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심리 위축이 단순히 '당겨 쓴' 효과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미국금리인상, 노령화, 인구감소 등 장기적,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소비절벽'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반짝효과 그친 '코리아 그랜드 바겐세일'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전월 대비 3p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메르스가 발병하기 전인 5월 105였다가 6월에 99로 하락하면서 기준선 100 이하로 내려갔다. 그러나 7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해 11월에 연중 최고치(106)를 기록한 바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장기평균(2003년 1월~2014년 12월) 기준값인 100보다 크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세부지표(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CSI) 는 모두 하락했다.

한은 측은 대외적 요인 탓이 가장 크다고 봤다. 미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심리도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소비' 발목 잡는 1200조 가계부채

지난 1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합한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1166조원으로 2분기 말보다 34조5000억원 늘었다.

이대로라면 4분기 전체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속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금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리가 0.25% 인상될 시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27조5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총 인구를 5000만명으로 추산할 경우 1인당 대출이자가 연 55만원, 월 5만원 증가하는 규모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운영되는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그 가중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자 부담 증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즉, 가계부채 부담은 소비위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60대이상 "'소비'보단 '저축'이다"

또한, 한국의 연령별 가구 소득이 60대에 진입하면서 뚝 떨어지고, 소비성향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이후 소득이 급감하는 데다, 저출산으로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자녀도 감소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고령층이 소비지출보다는 저축을 늘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은 행복하지 못한 노후라는 점에서도 사회적 문제이지만,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구조적 문제로도 지적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5~2018년 연평균 3.0~3.2%로 추산해 발표했다.

인구고령화로 2033년에는 60세 이상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들 가구의 소비가 줄어들면 한국경제 전체의 소비 여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에는 전국 도시의 2046가구가 응답했는데 이들의 생활형편, 소비지출, 향후경기, 취업기회, 주택가격전망 등은 전월보다 최소 2포인트에서 최대 11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금리수준(+4), 가계부채(+1), 물가수준전망(+2·이상 전월 대비)은 1~4포인트 올라 소비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 전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주요 연구기관장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여러 대내외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추가경정예산, 블랙프라이데이등 적극적 정책 대응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의 회복 모멘텀을 계속 이어간다면 내년에 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책적 뒷받침이 된 소비 활성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3%대 성장을 제시했다.

11월까진 유효했지만 12월 들어 얘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그동안 내수 회복을 내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내세웠는데 소비심리가 고꾸라지며 앞선 주장들에 힘이 빠져버렸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심리만 위축됐을 뿐 소비급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런 기대가 희망에 그칠 공산이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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