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올해 숙원사업인 '완전 민영화'를 이뤘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금융그룹 지분 15.13% 중 9.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최대 주주로 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23년만이다.
우리금융은 당장 올해 말부터 정부 소유 금융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신사업 개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첫 행보는 'MZ 특화 플랫폼'이다. 앞으로 주역으로 떠오를 2030세대를 겨냥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과제는 단연 외연확장이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우리은행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분 9.3%의 민간 매각절차를 종결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아직 예보가 보유중인 5.83%도 향후 주가추이, 매각시점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 MZ세대 겨냥…완전히 새로운 'MZ세대 특화 플랫폼'
23년만에 완전 민영화의 숙원을 이룬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내건 것은 바로 'MZ세대 특화 플랫폼'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30년 생산연령 인구의 60%를 MZ세대가 차지하는 만큼 미래는 MZ세대 고객에 달렸다"며 "완전 민영화를 토대로 우리금융만의 새로운 디지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들을 타켓팅한 플랫폼 사업에 사활을 걸겠다는 것이다. MZ세대 특화 플랫폼은 기존의 금융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스템과 조직문화에 기반한 테크기업체(Tech Company)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MZ세대 특화 플랫폼은 최근 MZ세대들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다양한 자산 투자에 관심도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향후 증권 부문 확대 계획과도 연계해 투자지원에 특화된 월스테크(Wealth-Tech) 플랫폼으로 시작될 계획이다. 추후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개인화에 기반해 MZ세대가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는 재미있고 편리한 일상 생활 서비스도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TFT)도 구성해 논의하며 주요 그룹사가 참여하는 200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업체들과 파트너쉽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디지털그룹 안에 'MZ마케팅팀'도 신설했다. MZ마케팅팀은 과장급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이 MZ세대다. 주요 업무는 MZ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규 콘텐츠 발굴, 상품 개발, 융복합 서비스 제휴 등이다.
최근 MZ마케팅팀은 MZ세대들의 편의점 이용률이 높음을 고려해 'My편의점' 서비스도 출시했다. 우리은행 앱 우리WON뱅킹으로 오전 11시부터 밤 23시 사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과 생필품을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신청 장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우리WON뱅킹이 생활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 비금융 부문 강화…증권사 인수 물색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1980억원에 달해 지난 한해 실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 하지만 은행과 비은행의 격차는 컸다. 우리은행이 순익의 82.6%를 차지하며 비은행 부문은 17.4%에 불과하다. 3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순익 36%와 대조적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부문 강화로 내년 1월부터 부실채권투자(NPL) 투자 전문회사 ‘우리금융F&I’ 출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5대 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2013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파이낸셜,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이 증권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이유다.
올 11월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를 최종 승인 받아 인수합병(M&A) 기반을 마련했다. 내부등급법이란 금융지주가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위험 가중 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업계 평균치를 이용한 표준등급법을 쓸 때보다 위험 가중 자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3%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 자본규모로는 2억원, 위험가중자산 20조원 이상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며 "현재 매물 품귀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시너지가 큰 증권사 인수를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업계에서는 유안타증권, SK증권, 이베스트증권 등이 거론된다. 유안타증권은 대만 유안타그룹이 절반 이상 보유 중으로 상대적으로 M&A가 수월할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대주주가 사모펀드여서 매각 협상에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둘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유일한 종금사로 기업공개 기업대출 M&A 등 라이센스 업무범위도 다양해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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