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찾아간 용산 선인상가 매장 스케치.(사진=임현범 기자)
24일 찾아간 용산 선인상가 매장 스케치.(사진=임현범 기자)

통상 연말이나 연초 등 신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이 전자기기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를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수능이 끝나고 곧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맞고 있어 컴퓨터 수요는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바로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그래픽 카드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실제 매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4일 오전 용산에 위치한 선인상가를 찾아가봤다. 

"앞으로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물량 확보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매장 직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그래픽 카드 물량 확보도 어렵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가격 때문에 컴퓨터 판매도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상가 내부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평일 오전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겠지만 근본적으로 컴퓨터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아 보였다.

첫번째 매장에 들어가 최근 그래픽 카드인  3060, 3060Ti, 3070의 가격을 묻자 직원은 가격이 꽤 나올 것이라며 기자의 눈치를 먼저 살폈다. 

24일 찾아간 용산 선인상가 매장 스케치.(사진=임현범 기자)
24일 찾아간 용산 선인상가 매장 스케치.(사진=임현범 기자)

그래픽 카드의 가격은 3060 90만원대,  3060Ti 110~120만원대, 3070은 130만원대였다. 이전보다는 평균 20~30만원은 오른 금액이다.

가격이 왜이렇게 비싸느냐고 묻자 직원은 "제조사가 칩셋 가격을 올렸고 가상화폐 채굴로 인해 그래픽 카드의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오르면 더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픽 카드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 카드 박스를 쌓아둔 다른 매장에 이동해 가격을 다시 물어봤다. 첫번째 매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유는 동일했다. 매장의 사장은 "칩셋 부족이 주 요인"이라며 "그래픽에 쓰는 칩셋을 자동차 카메라와 휴대폰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사들 역시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컴퓨터 메인보드를 그래픽 카드에 끼워 파는 식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채굴 방어가 되는 기술을 접목한 신형 그래픽 카드는 그나마 가격 상승폭이 낮은 편이지만 훨씬 이전 세대인 지포스 20번대와 지포스 10번대 그래픽 카드 가격은 비현실적으로 가격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매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매장의 관리자는 "물량이 들어올 시그널이 전혀 없는 상태에다가 칩부족 사태가 겹쳐 가격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칩셋 부족과 가상화폐 채굴, 채굴제한을 풀고 채굴이 가능한 코인의 등장까지 겹쳐 남아나는 물량이 없다"고 호소했다.

부품 가격 상승으로 컴퓨터 판매량도 그게 줄었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컴퓨터 가격도 같이 뛰었다"며 "이 때문에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고 답답해했다.

하드웨어를 통해 체귤 효과를 낮춘 '낮은 채굴 효율(LHR) 모델도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엔디비아는 최근 지포스 30시리즈에 체굴 효과를 강제적으로 낮춘 LHR 모델을 출시했지만 편법으로 체굴할 수 있는 코인이 다시 등장하면서 가격 상승은 맞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장 직원은 "코인 채굴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래픽 카드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편법을 통해 다시 코인을 체굴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매장 사장은 "코인 채굴용으로 사용되면 그래픽 카드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아진다"면서 "이런 그래픽 카드가 중고로 시장에 나도는 경우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 컴퓨터 자체가 고장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 카드 가격 문제가 언제쯤 해소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제조사들의 판매방식이 이상해지고 있고 한 달에 한번 물량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가격이 낮아질 수는 없고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전무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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