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서울시 고등법원)는 얼마 전 북한산 콘도 개발 인허가 특혜 의혹에 대한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그간의 소송만 해도 여러 건수였다. (아파트)사전 분양 의혹 검찰 조사 및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승인 무효 확인 소송, 서울시 관련 공무원 수사 의뢰 및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 등.

결국 2011년 4월부터 15개월 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에서 문제 삼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북한산 콘도 개발 의혹”의 끝은 “무혐의”로 일단락 된 거다.

이쯤 되면  민주통합당 시의원들은 할 말이 없을 법도 하다. 2년 여 간의 의혹 규명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산 콘도 개발의 시행사(파인트리)는 분양 한 번 못하고 파산했다.

단순히 공사만 하러 들어간 시공사(쌍용건설)도 2900억 가량의 손실을 보았다. 이는 도산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산 콘도 개발이 정쟁에 활용된 사례로 보기도 한다.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시의원들이 서울시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고, 오세훈 시장과 반목을 거듭한 점에 비춰 이런 의문을 던지는 거다.

하지만 시의회 특위는 “말도 안 된다”며 펄펄 뛰고 있다.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김 모 시의원은 최근 확인 결과 “우리는 행정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에 컨벤션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콘도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허가를 내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북한산 콘도는 서울시가 규제 완화만 해주지 않았어도 주민의 원성을 들을 일도, 민간업체가 위험에 빠질 일도 없다는 시각이다. 사진=서울시청 ⓒ데일리즈
여기에는 특위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긴 하다. 그간 김 모 시의원은 북한산 콘도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대책위와 함께 서울시와 강북구가 시행사측에 고도제한 완화, 산을 깎는 진입도로 허용 등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자체 감사 결과 정·관계 로비·비리여부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최종 책임은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해 준 서울시와 오세훈 전 시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산 콘도 자리는 5층 이상은 지을 수 없는 곳인데,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7층까지 허용해주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는 얘기다.

실제 특위는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상의 문제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것이 특혜 의혹과 직접적 연관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관계 공무원들이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를 미진하게 정리하는 등 업무처리 절차상의 하자와 관련한 일로, 서울시에 알아본 결과 22명의 공무원이 훈계처리 된 걸로 확인됐다.

쌍용건설 유동성 위기 원인, 북한산 콘도 개발 지연 때문?

강북구 국회의원인 민주당 모 의원도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김 모 시의원처럼 “북한산 콘도 개발 건은 문제가 많았다”며 “국립공원 상 허가가 날 수 없는 고도 제한 지역인데 오세훈 시장 때 무리해서 인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콘도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된 걸 보면, 아파트 분양사업으로서의 문제가 많이 제기됐다”며 “이와 함께 파인트리 대표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는데, 그 양반이 인허가 과정에서 로비와 뒷돈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요한 건, 앞서 언급했듯 사법부는 1심과 2심 모두 “인허가상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 도심속의 북한산 전경 ⓒ데일리즈
아파트 분양 의혹만 해도 서울시가 시의회 요구로 북부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허위광고 및 사전 분양 의혹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파인트리 대표 배임횡령 건 역시 북한산 콘도 사업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프로젝트와 관련된 행정상의 문제로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다 보니, 영수증 없이 자금을 집행했고, 고스란히 횡령 혐의로 이어졌다는 것. 게다가 횡령 건은 특위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다. 검찰에서 아파트 사전 분양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내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해낸 사안이다.

더욱이 인허가 로비에 쓰였는지도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며, 고로 북한산 콘도 개발과 횡령 건을 과도하게 연결 짓는 건 무리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나름 타당한 일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김 모 서울시 의원이 전해준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친일파에 대해 점검을 하듯 행정상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민간업체가 벼랑 끝에 몰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느냐이다. 현재 특위는 모든 비극의 실마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서울시가 규제 완화만 해주지 않았어도 주민의 원성을 들을 일도, 민간업체가 위험에 빠질 일도 없다는 시각이다.

2009년에 산업박물관을 조건으로 인허가를 내준 강북구청도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청 측은 전화상으로 “당시 서울시가 시설 변경을 허가해줬기 때문에 인허가를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산 콘도 개발로 조망 권을 침해받은 것은 물론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도 서울시를 원망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 현장 근처에 살고 있어 콘도 개발 반대에 적극 앞장서왔다.

아이러니한 현상이지만, 콘도 개발 부근의 우이동 먹자골목 상인들은 서둘러 완공되기를 바라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유입되면 장사가 잘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어찌 됐든 공공의 타깃이 된 서울시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콘도 개발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을 불러일으킨 건 서울시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의 시작, 민주당 측 '특혜의혹' 제기

이는 곧 오세훈 시장 당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하게 사전 검토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컨벤션 산업에만 치중해 검토는 뒷전으로 한 건 아닌지, 시행사측에 350석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허가조건으로 내거는 데만 급급한 것은 아니었을까.

박원순 시장 또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보인다. 한 건설업 종사자는 "허가규정에 맞게 인허가가 났다면, 공사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판결에서 무혐의 받았는데도 시의회 압력에 밀려 공사를 중단시키고, 전면 재조사를 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행정 효력이 얼마나 무능력한지를 보여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또 시공사측에 유스호스텔 등 공공시설을 더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역시 강북구 일부 의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민간업체가 유원지에 들어오면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건설업체 관계자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그럴 거면 시에서 땅을 사들이는 게 좋지 않으냐"며 "시에서 해야 할 사업을 민간 사업자에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업 환원사업 하라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2010년 공사를 시작한 북한산 콘도 개발은 공정률 45%에 그친 채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원래 2011년 9월경 분양을 시작해 2012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잡았지만, 시의회의 의혹 제기, 시의 전면 재조사 명령 등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실정이다.

북한산 콘도는 지금도 주변을 으스스함으로 물들이고 있다. 헐벗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오히려 자연경관을 헤치는 것이다. 혹자는 이대로 건물을 내버려뒀다간 우범지역을 자처하는 꼴이라고 우려한다.

해당 건설사는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북한산 콘도를 싸게라도 팔아버리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간의 비리 의혹 등 안 좋은 소문 때문에 값싼 매각마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모 국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업체는 무혐의 판결이 나온 만큼 손해배상청구소송절차를 밟을 것”을 조언한다. 그런데 서울시의회를 걸어야 하나, 서울시를 걸어야 하나. 책임 사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소송에 이긴들 뭣하냐는 생각에서다. 여기서 골리앗은 민간업체가 아닌 시의회와 서울시다. 이미 승소한 바 있지만, 그 효력은 극히 미비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다. 민간업체 사업권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시의회와 서울시인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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