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명품샵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아직은 '실험중'

이미지=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 BGF리테일 롯데하이마트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이미지=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 BGF리테일 롯데하이마트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가상 플랫폼 메타버스(metaverse)가 유통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단어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 속 세상을 나타내는 개념이었으나, 이제는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이 서로 소통하고 소비하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동하는 의미를 갖게 됐다. 

유통업자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보편화된 비대면 소비에서 그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과 SNS를 결합한 듯한 이용환경은 '대세' 소비자인 MZ세대를 공략하는 데 큰 강점을 갖는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편의점이나 홈쇼핑에서 시작된 메타버스 열풍은 이제 백화점, 명품샵, 호텔 등 고가 소비재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메타버스이 허와 실, 그리고 넘어야 할 한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홈쇼핑과 편의점 

메타버스를 가장 먼저 활성화한 분야는 바로 홈쇼핑과 편의점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고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는 등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루시'는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해 만들어진 하이퍼리얼리즘 캐릭터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 겸 연구원이라는 설정이다. 올해 2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2만 1천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의 움직임, 음성 표현 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쇼핑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더 나아가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가상피팅 서비스 ‘리얼피팅’과 가상 쇼핑공간 ‘VR라이프스타일샵’에 이어, 올해 7월 VR 기술을 활용한 테마별 캠핑장에서 캠핑 간접 체험과 인기 캠핑용품 구매가 가능한 비대면 쇼핑 콘텐츠를 론칭했다. 스튜디오·분장실 등 홈쇼핑 가상체험 서비스도 제공 예정이다. 

CJ온스타일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더엣지(The AtG)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루이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2만여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루이 캐릭터에 대해 "쇼호스트가 상품을 설명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는 한편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점포 레이아웃 등 현실성을 높힌 편의점 'CU제페토한강점'을 지난 11일 오픈했다.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제페토한강점 매장에는 삼각김밥과 핫바, 스택 등이 진열됐으며 즉석 조리라면 기기도 있다. 루프탑에는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즉석 원두커피 머신과 의자도 마련했다. 

이용자가 한강공원에 찾아가면 지하철 입구에 캐릭터가 생성되며, 따릉이나 푸드트럭 등 한강공원에 있을 법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푸드트럭을 터치하면 캐릭터의 손에 음식이 쥐어지고,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도 있다. CU는 인기 맵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GS리테일도 오는 11월 싸이월드에 쇼핑 채널을 단독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7월 GS리테일은 싸이월드제트와 온·오프라인과 메타버스 시너지 창출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연결 △컬래버레이션 상품 개발 및 기획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등을 골자로 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싸이월드 이용자는 해당 채널에 접속하면 GS25·GS더프레시·GS샵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도 받을 수 있다. GS리테일은 라이브 커머스 영역까지 쇼핑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GS리테일 전용 미니홈피 개설, 방명록 작성 등 다양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는 메타버스 마케팅

한편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하이메이드'를 홍보하기 위해 닌텐도 '동물의 숲' 내에 하이메이드섬을 론칭했다. 

다른 플레이어의 섬을 여행하는 '꿈' 콘텐츠를 활용해 만든 이 가상공간은 침대에 누워 간단한 주소를 입력하면 찾아갈 수 있다. 하이메이드 곳곳에는 포즈를 잡고 앉아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하이메이드섬은 베이직·디자인·시리즈·아이디어 등 4개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공간마다 해당 라인업의 제품 이미지를 담은 액자들을 세워두고 있다. 

이용자들은 예쁘게 꾸며진 공간을 바라보면서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 게시판에서는 하이마트가 방문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엘포인트 증정 이벤를 확인 가능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메타버스 플랫폼 어반베이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홈퍼니싱&인테리어, 커머스 등이 포함된 온오프라인 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반베이스는 VR, AR, 3D 등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을 만들고 서비스화하는 공간데이터 플랫폼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기점으로 핵심사업 분야에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한다. 

각 사가 보유한 역량 및 인프라를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드는 비즈니스 '통합'을 목표로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어반베이스와 협력해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한화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어반베이스 투자를 기반으로 향후 인테리어, 리모델링,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토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의 경우 전사적 메타버스 활성화를 선언한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글로벌 게임사 EA와 손잡고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4'에 백화점을 세웠다. 

이용자들은 심즈4를 다운받은 후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모델로 한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특히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꾸밀 수 있는 ‘나만의 백화점을 꾸며봐’라는 콘텐츠 챌린지가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은 또한 유저들과 함께 심즈 내 백화점을 활용한 자체 웹예능도 제작, 자사 유튜브 채널 오떼르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활용 마케팅에는 이제 명품 브랜드까지 합류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 입점,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를 선보이며 신제품을 공개했다. 현실에서는 수십, 수백만원을 웃도는 패션 아이템을 이곳에서는 1000~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랄프로렌 역시 브랜드의 상징적인 정신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세 개의 공간을 메타버스 공간에 구성했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맵을 선택해 들어가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거나 동시간대 접속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다. 

그밖에 네이버 제페토에는 크리스찬 루부탱, F&F의 MLB, 나이키 등도 입점해 있다.

◇메타버스의 미래와 극복해야 할 지점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고객과의 접촉이 제한된 현실과 달리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 명에 이르며, 상거래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선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0억달러(약 54조4410억원)에서 2025년엔 2800억달러(331조3800억원)로 6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를 공략하는 데 있어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다. SNS에서 보여지는 자신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패션아이템을 비롯해 모든 현실의 요소들이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는 젊은층은 메타버스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다. 오프라인으로는 불가능한 새로운 경험들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친숙해지는 셈이다. 

다만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아바타 채팅을 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아이템을 공짜로 획득하는 게임 정도의 느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안에서 오프라인처럼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가 유통 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그 '무한한 확장성'에 있다. 공간 등 현실적 제약이 없다 보니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뛰어넘어 이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한다면 메타버스 시장은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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