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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터트린 일본우정 민영화, 가시밭길도 만만치 않아
샴페인 터트린 일본우정 민영화, 가시밭길도 만만치 않아
10년 추진 우정민영화 결실 IPO 성공적
고령화 저출산으로 수익성 악화 팽배
  • 한기성 기자
  • 승인 2015.11.19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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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맨, PRESSMAN= 한기성 기자)

▲ 지난 2005년 8월 8일 일본의 한 회사원이 도쿄의 한 중개 회사에서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에 대한 참의원 의결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 법안은 부결되었으며,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기 위해 즉각 비상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사진=뉴시스>

일본우정이 지난 4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데뷔했다. 지주회사로 일본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일본우정(우체국)과 일본우정의 은행 자회사인 유초은행, 보험사인 간포생명보험 등 3개사가 동시에 IPO(기업공개)를 실시했다. 자금조달액은 총 1조4362억엔(약 13조4800억원)로 일본에서는 NTT(1987년, 2조2143억엔), NTT도코모(1998년, 2조1255억엔)에 이어 역대 3위 규모 로 글로벌 시장에선 올해 최대 IPO 였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도쿄 증시 개장과 동시에 폭등하기 시작한 3사의 주가는 첫날에만 일본우정은 26%(1760엔), 유초은행은 15%(1671엔) 급등한 채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일본우정이 9조9200억엔, 유초은행이 7조5195억엔으로 불어나면서 도쿄 증시 시가총액 순위 각각 7위와 9위에 올라섰다.

두 회사보다 덩치가 작은 간포생명은 무려 56%나 주가가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은 2조580억엔으로 불어났다. 일본우정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7조엔을 넘어 시가총액 1위인 토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다.

시장은 1987년 NTT 상장 이후 27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민영화 작업에 힘을 실어줬다. 우정민영화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모회사인 일본우정 지분 3분의 1 정도만 남겨놓고, 유초은행과 간포생명 지분은 모두 팔아 완전한 민간회사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지분을 판 수익(약 4조엔으로 예상)은 전부 대지진 부흥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우정민영화는 고이즈미 내각이 목표로 삼은 주요 공약의 하나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도 ‘행정개혁의 중심(本丸)’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979년에 대장성 정무차관 취임 당시부터 우정 사업의 민영화를 주장했으며,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 재임시에 우정대신으로 있으면서나 제2차 하시모토 내각의 후생대신으로 있을 때에도 줄곧 우정 민영화를 주장했다.

민영화의 추진에는 미국에서 강한 요구를 한 것도 작용해, 2004년 10월 14일에 공포된 ‘일미규제개혁 및 경쟁정책 이니셔티브에 근거한 일본국정부에의 요망서’(日米規制改革および競争政策イニシアティブに基づく要望書), 이른바 연차개혁 요망서에서도 일본 우정 공사의 민영화가 명기되어 있다. 이후에는 일본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도 여러차례 협의가 이루어졌고, 미국의 보험 업계 관계자와도 여러차례 협의가 이루어졌다. 2005년 3월에 발표된 미국 통상 대표부의 ‘통상교섭·정책 연차보고서’에서는 2004년 9월에 각의에서 결정한 ‘내각의 설계도’(고이즈미 내각의 기본 방침)에 ‘미국이 권고하고 있었던 수정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 우정 민영화 법안의 골격에 미국이 어느 정도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민영화는 행정 서비스의 저하로 연결된다는 주장도 강해,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특정우편국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우정사업간담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었다. 결국 우정 민영화 관련 법안은 제162통상국회에서 중의원에서는 가결되었지만, 2005년 8월 8일에 참의원에서 부결되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민영화의 찬반 여부를 국민에게 묻는다고 주장하며, 중의원을 해산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우정 해산). 자민당 내의 반대파 중 일부는 탈당하여 신당을 결성했고, 9월 11일의 총선거에서는 여야의 득표율이 비슷했지만, 의석수는 여당이 압승하면서 이후 열린 특별국회에서 10월 14일에 같은 내용의 법안이 가결·성립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민주당 정권은 우정민영화법에 제동을 걸었다. 지지부진하던 우정 민영화에 탄력이 붙은 것은 고이즈미를 정치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말부터다. 아베노믹스 구조 개혁을 내건 아베 정권은 우정사업 민영화를 통한 공공 효율성 극대화를 노렸다. 아울러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우정사업 민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2011년 대지진 부흥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우정사업본부처럼 일본 우체국 사업을 독점하는 일본우정은 100% 자회사로 유초은행과 간포생명, 그리고 이번에는 상장하지 않은 일본우편 등 3개 주력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인 일본우정은 일본 정부 지분율이 100%다.

일본 정부는 우선 일본우정과 유초은행, 간포생명 등 3개 회사의 지분을 각각 11%씩 시장에 내놓기로 하고 공모가는 일본우정 1400엔, 유초은행 1450엔, 간포생명 2200엔 등. 결국 지난 4일 10년 동안 진통을 겪은 끝에 일본우정과 자회사인 유초은행, 간포생명이 동시에 도쿄 증시 1부에 상장됐다. 모회사와 자회사 3곳이 한꺼번에 상장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일본우정이 성황리에 민영화 첫발을 뗐지만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우정의 올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23%나 급감한 3700억엔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초은행의 수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게다가 민영화를 하더라도 우편사업은 의무적으로 전국 일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당연히 수익 악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우정의 민영화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우체국 서비스 질 저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우정이 기존 민간기업과 무한경쟁에 돌입하면 2만4000개가 넘는 우체국 수를 크게 줄여 사회안정망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때문이다.

민간기업들의 경계감도 상당하다. 일본우정의 우편, 은행, 보험 등 3개 부문이 이미 업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샴페인은 터졌지만 향후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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