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건강식단 관심 증가·수출 시장의 확대 가능성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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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경부터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비건'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비건(Vegan)이란 유제품과 알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재료를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에서 채식 열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80년대 이후부터 채식이 건강이 좋다는 인식이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채식 위주의 '웰빙'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의 비건 트렌드 양상을 보면 그저 잠시 스치는 유행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식생활 뿐 아니라 패션, 뷰티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건강만이 중심이 아닌 친환경과 생명 보호 등 더 폭넓은 이슈를 담고 있는 점 등이다. 또한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가령, 음식의 경우를 보면 한식이 서구식 식단에 비해 채소를 위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한국에서 채식주의자가 넘어야 할 벽은 많다. 국물을 내거나 잘게 다지는 등 의외로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메뉴는 드물기 때문이다. 채식인들은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외식을 할 때나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이는 그동안 한국에서의 채식이 종교적 이유가 아니면 건강을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서구의 채식주의자들처럼 한국에서도 윤리적 소비나 생명보호, 자원절약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이제 식품업계에서는 채식을 하나의 '대안식단'으로 인식하고 가축을 도축하지 않는 대체육이나 유제품을 대신할 식물성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변화의 원동력은 개인의 성향을 존중하는 MZ세대의 의식도 한몫을 했다. 

비건이 '식품'에만 국한됐다면 이들을 위한 제품의 수요도 훨씬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시장 규모도 커지기 어렵다. 그러나 비건 트렌드가 생활 전반에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이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샤넬, 구찌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구찌, 지미추, 톰포드 등은 동물의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고, 이후 샤넬, 아르마니, 스텔라맥카트니, 베르사체, 버버리, 코치 등도 이에 동참했다.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는 2018년 9월부터 모피로 만든 옷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는 2020년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퍼와 새의 깃털 대신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아레나코리아 역시 에코다운 화이버를 활용한 패딩을 2019년 선보였다. 동물학대를 하지 않으면서 자원재활용 효과까지 있는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뷰티 업계에서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뷰티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이제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 콜마는 원료부터 패키지까지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아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의 인증을 획득한 비건 색조 화장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비건화장품 브랜드 ‘더비건글로우’는 고체 형태로 플라스틱 포장이 필요없는 비누를 내놓았다. 퀴노아 고체 비누는 동물성 원료를 100% 배제한 비건 제품이며 석유계 합성 계면활성제 및 실리콘, 인공향료,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았다. 페이지의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베이지크(BEIGIC) 역시 자연유래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100% 비건 핸드 케어 제품을 출시했다.

비건 트렌드가 시작된 식품 역시 예외가 아니다. GS25는 비건 간편식 2종 ‘베지가든 매운떡볶이’와 ‘베지가든 짜장떡볶이’로 비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더플랜잇은 식물성 원료만으로 우유의 맛과 영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우유인 ‘잇츠베러밀크’를 개발했다. 비건들을 대상으로 한 채식 레스토랑에는 건강식을 찾는 비채식주의자 손님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출판가에서는 채식에 입문하려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북도 인기몰이 중이다.   

비건 유행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수출 시장의 확대에 있다. K푸드 수출이 늘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비건식품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 4100만 달러(약 5조4700억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30년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체육은 종교적인 이유로 소·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지역에 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인구가 많아 구매력이 높고, K컬쳐도 인기를 끌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특정 식재료를 빼는 방식으로 수출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완전 채식인 비건식을 택함으로써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는 셈이다. 결국 비건 트렌드의 장기화는 '시장'이 크고 있다는 데서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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