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연장으로 인한 근로자 수당 일방적 삭감
코리아써킷, 식당 먼거리 위치 직원 요청으로 점심시간 연장한 것 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영풍그룹 오너 3세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 등 대내외적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장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맡게 된 영풍 자회사 코리아써키트가 적자를 기록한데다, 최근 편법적인 임금 삭감 논란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영풍그룹측은 "본사와 관계 없는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으며, 코리아써키트에서도 "직원들과 합의된 사안"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앞서 2016년 코리아써키트는 이광원 대표 체제에서 이광원·장세준 각자 대표 체제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이어 2017년에는 박형건·장세준 각자 대표, 2018년 박형건 단독 대표, 2019년 서정호 단독 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해 왔으며 지난해 3월 장세준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코리아써키트를 이끌게 됐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코리아써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히려 수혜를 입을 업종으로 전망됐다. PCB는 스마트폰, 메모리 모듈, LCD,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소재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은 호조를 이뤘고, 강력한 경쟁사 삼성전기가 스마트폰 주기판(HDI) 사업을 중단하면서 반사 이익까지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01% 상승한 9021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1% 하락한 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은 11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외형은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지만, 실속은 기대 이하를 기록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영풍전자 시절 겪은 실적 악화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2009년 시그네틱스 전무로 입사해 그룹 경영에 참여한 뒤 지난 2013~2015년 영풍전자 대표를 역임했다. 장 대표의 취임 후 영풍전자는 2012년 매출액 4431억 원, 영업이익 579억 이었다가 2013년부터 실적이 내리막길을 겼었다. 2015년 매출액(2030억 원)은 ‘반토막’이 났고, 영업손실은 20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결국 2016년 3월 장세준 대표는 코리아써키트로 자리를 옮겼고, 영풍전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영풍전자는 2017년 매출액 6122억 원, 영업이익 608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영풍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607억 원, 339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장세준 대표가 코리아써키트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 연봉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 것. 지난 4월 초 사측은 생산직 직원들에게 근로시간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기존의 근무시간이던 5시 50분~6시 30분과 6시 30분~7시 10분은 식사시간이 됐다. 여기에 중식, 석식, 야식 시간도 10분씩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생산직 직원들은 같은 달 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일부 직원들은 휴식시간을 확대하면 임금이 줄어든다며 부당한 계약이라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수당이 지급되던 근무시간을 식사시간으로 포함시켜 결국 임금이 삭감됐다는 것. 코리아써키트 생산직은 시급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영풍그룹측은 "코리아써키트는 영풍과는 별개의 회사이며 아직 그쪽에서 어떤 입장인지 전해듣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는 "휴식시간은 식당과 작업공간 사이의 거리가 멀다 보니 점심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로 늘려 달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일부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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