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식(默食)’ 포스터 붙여 두거나 ‘침묵 식사’ 성공하면 서비스 제공…코로나19 확산 원인 오명 벗기 위해 식당들 안간힘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위치한 햄버거 전문점 ‘하라카라’. 식당 안에서 조용히 말없이 식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묵식’ 포스터를 가게 앞에 붙여두고 있다. (이미지: 하라카라 트위터)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위치한 햄버거 전문점 ‘하라카라’. 식당 안에서 조용히 말없이 식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묵식’ 포스터를 가게 앞에 붙여두고 있다. (이미지: 하라카라 트위터)

일본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에서 식사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들도 나서 손님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 도내의 음식점들 가운데 ‘묵식(默食)’이라고 쓰인 포스터를 매장 안에 붙여 두거나, 말 없이 조용히 식사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위치한 햄버거 전문점 ‘하라카라’에서는 최근 가게 안에 ‘묵식’ 포스터를 붙여 두기 시작했다. 하기와라 요지(萩原洋次) 사장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후쿠오카(福岡)시의 카레음식점 ‘마사라 키친’의 트위터를 발견하면서부터다. 트위터에는 “이대로 음식점이 ‘악자(惡者)’ 취급을 받는 것이 싫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식사 중의 대화가 비말 감염 리스크가 된다”, “학교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등의 경고 문구가 쓰인 ‘묵식 포스터’가 실려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손님들에게 주의를 주는 건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하기와라 사장은 자신의 가게에도 이 포스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식사 도중에는 대화를 피하도록 요청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식사 전후에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는다. 현재까지 손님들로부터 불만이 접수된 적은 없으며, 모두 방침을 따라 주고 있다고 했다. 하기와라 사장은 “원래는 즐겁게 식사하고 가시는 것이 가장 바라는 것이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쿄 후추(府中)시의 곱창구이 전문점 ‘호르몬 나카무라’에서는 긴급사태선언이 재발령된 다음날인 8일부터 ‘침묵 식사’에 성공한 손님들에게 1천엔(약 1만원)분의 곱창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장인 나카무라 도모카즈(中村友和) 씨는 “말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해당 서비스에 도전한 사람들은 25일까지 모두 11명. 식당 안에서 마주 보고 앉아 라인(LINE)을 통해 문자대화를 주고 받으며 ‘침묵 식사’에 성공한 손님들도 있었다.

입점부터 퇴점까지 말없이 식사하는 손님에게 곱창 한 접시를 무료로 제공함을 알리는 포스터 (이미지: 호르몬 나카무라 트위터)
입점부터 퇴점까지 말없이 식사하는 고객에게 곱창 한 접시를 무료로 제공함을 알리는 포스터 (이미지: 호르몬 나카무라 트위터)

나카무라 씨는 “우선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오도록 해서,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침묵 식사’ 서비스는 2월 7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코로나19 확산 속 식사 시간을 짧게 한정하는 것으로 감염 리스크를 줄이는 일본 요리 전문점도 등장했다. 도쿄 긴자(銀座)에 위치한 ‘긴자 쿠키(GINZA KUKI)’에서는 이달 8일부터 한꺼번에 10종류 가량의 요리를 제공해 1시간 이내에 식사를 끝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자 쿠키’의 일반 코스 요리의 경우 2시간에 걸쳐 12가지 요리가 순서대로 제공된다. 한꺼번에 요리를 내어 놓게 된 것은 지난 8일부터 오후 10시까지였던 영업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단축하면서부터다.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로 메뉴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 연말연시의 회식을 지목하면서 음식점의 영업 시간을 오후 8시로, 주류 제공은 7시로 제한하도록 요청 중이다. 사실상 이번 긴급사태선언도 ‘저녁 회식 금지령’과 다를 바 없이 되면서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폐업하거나 장기 휴업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확산의 주원인’이라는 오명을 불식하고 살아남기 위한 음식점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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