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이런 사람을 목격한다. 아니 이런 사람이라는 막연한 대상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비롯하여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며, 직장동료, 형제자매, 부모들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좋다는데 들어가야 할까 말까?’ ‘너무 올라서 께름칙한데 어떻게 하지?’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사이에 주식은 끝 간 데를 모르고 계속 치솟는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은 온통 장밋빛 전망이 경제면을 뒤덮을 때쯤 안 먹고 안 쓰고 모아 두었던 알토란 같은 자금을 과감하게 투자한 후, 자랑스럽게 ‘이 종목은 재무구조도 우량하고 매출액이 어닝 서프라이즈야!’라며 거의 맹목적인 확신을 갖는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매수한지 불과 하루 만에 시장은 암울한 먹구름과 함께 그 많던 장밋빛 리포트는 온데간데 없고, 온갖 악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모든 증권사가 이구동성으로 제시하는 목표가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손절매를 하고 나면 반짝 반등한다. 그러면 못내 아쉬워 다시 한번 매수를 시도한다. 이렇게 두어 번 정도 반복하면 그 귀중한 자금은 금세 반 토막이 난다. ‘다시 주식을 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금을 빼내어 이자라고는 지하철 요금도 안 되는 은행 예금으로 자금을 예치한다.

여기서 의문 나는 것이 두 가지다. ‘왜 나를 포함하여 내 주위에는 항상 이런 사람들만 있을까’와 ‘왜 내가 사고 나면 떨어질까?’ 이다. 그에 대한 답은 냉정하게 말해 첫째 ‘당신과 당신 주위의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수준의 자산을 가지고 있고, 둘째, ‘평범한 수준의 자산을 소유한 당신의 유일무이한 재태크 방법은 주식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수준의 자산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외에 월 급여에 기초한 약간의 현금 동원능력밖에는 소유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 정도의 자산을 소유한 당신은 예금이나 채권, 부동산등의 주식을 제외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수익률에는 만족할 수가 없거나 금액이 막대하여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므로, 적은 자금으로도 단 하루에 년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시장만을 고집하며, 주식시장을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의 금융상품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인식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

그렇다면, 당신과는 달리 막대한 자금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어떻게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행동할까? 그들에게 주식은 다양한 금융상품 중의 하나이며, 주식시장을 예금, 채권, 부동산과는 다른 독립된 시장으로 보지 않고 연동시켜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예금에서 채권, 그리고 주식으로 자유롭게 시장을 넘나들며 투자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식시장은 당신과는 달리 가장 투자하고 싶지 않은 상품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익보다는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하는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신이 ‘큰손’들과 같이 행동하며 투자하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당신의 자금으로는 따라 할 수도 없다. 또한 오바마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처럼 우량주를 사놓고 묻어두라고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말리고 싶다. 차라리 예금이 더욱 확실하고 안전하며 평균적으로 더 많은 수익률을 안겨다 준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평범한 수준의 자산가인 당신의 유일한 재태크 상품인 주식을 통해 투자에 성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소한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하락장보다 한발 앞서 발을 뺄 수는 없을까?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거대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의 흐름을 읽고, 언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지는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앙드레 코스톨라니1)라는 전설적인 투자가의 달걀 모델을 통해 금리와 투자결정에 대해 짚어보고, 이를 기초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의 흐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모델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모델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이 모델에서 투자의 시작은 금리가 최고점(A)일 때부터 시작한다. 금리가 정점일 때는 막대한 자본가들에게는 예금이라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처를 제공하는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대출금 등으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당신과 같은 평범한 수준의 자산가들에게는 높은 대출이자 등으로 가장 힘든 시기이다. 이러한 고금리는 시중에 돈의 흐름을 막아 경기가 나빠진다. 

불황이 길어지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통화당국이 서서히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몇 단계에 걸쳐 금리를 낮춘다. 이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처인 예금이란 상품에 투자하여 안전과 수익이라는 두 가지의 상충된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던 자본가들은 그 동안 보장받던 금리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한다.

금리가 (B)시점에 이르면, 자본가들은 예금보다는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채권은 표면금리만큼 이자율을 보장하므로 확정적인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시중금리가 더욱 인하되면 채권수익률이 급증하여 표면금리 이외에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금리가 균형금리를 지나 하락이 지속되어 (C)지점에 이르면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금리가 바닥임을 인식한 채권시장에서 채권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하고, 경기는 완전한 침체기로 접어든다. 채권으로 수익을 확보한 자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예금에 투자하는 것은 인플레를 감안할 때 오히려 손해가 날 지경이다. 이때 자본가들은 예금금리보다 현저하게 높은 임대수익을 노리고 경기침체로 충분히 하락한 건물들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임대수익률을 겨냥한 자본가들의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건물에서 시작된 부동산의 가격상승은 아파트와 토지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시장의 폭등을 유도한다. 이러한 자금의 유입으로 경기는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도하며 금리는 최저점(D)에 이르게 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통화당국은 추가적인 금리인하 보다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를 고려한 금리 인상(E)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이때 싸게 매입했던 부동산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막대한 시세차익과 함께 부동산을 시장에 내 놓는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 거래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들은 이때를 부동산 투자의 적기로 보고 대출을 안고 자본가들의 매물을 사들인다. 부동산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자본가들은 아직 충분치 못한 예금금리와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채권투자를 뒤로 미루고, 조심스럽게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

수익보다는 안전도를 더 선호하는 자본가들에게 주식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으므로 그들의 자금은 초 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제한된다. 이렇게 유입된 자본가들의 자금은 우량주의 상승을 이끌어 내며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된다. 평범한 수준의 자산가인 당신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오르고 난 뒤다. 주가가 오르고 그 경제효과로 인해 시중에 돈이 풀리면 경기는 과열되고 각종 경제지표들은 장밋빛 일색으로 바뀐다. 통화당국의 금리(F)는 인상되고 당신과 당신 주위의 사람들은 온통 주식이야기로 밤을 지샌다.

이 때 자본가들은 주식을 팔고 안전한 예금으로 갈아탄다. 이제는 더 이상 위험한 주식시장에 자산을 투자하지 않아도 은행에 예치하여 안전하게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만큼 만족스런 금리환경이 갖추어 진다. 자본가들의 자금이 서서히 예금으로 이동할 때 당신과 당신 주위의 사람들은 예금을 해지하고 ‘큰손’들의 매물을 받아내며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은 파국을 맞고, 당신은 명언(?)을 남기지만 이 투자 사이클은 또다시 반복되며 당신과 당신 주위의 사람들은 과거를 망각한 채 다시금 자본가들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투자사이클의 반복으로 인해 부는 부를 부르고 가난은 가난을 낳게 된다. 물론 시장이 이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당신이 지극히 평범한 자산의 소유자이고, 주식시장만이 유일한 재태크 방법이라면 최소한 금리가 투자를 결정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전체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알려는 노력은 개별종목을 분석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자금의 흐름을 먼저 판단할 수 있다면 당신은 더 이상 평범한 자산의 소유자가 아니다. 

1)앙드레 코스톨라니(1906년 2월 9일 ~ 1999년 9월 14일)는1920년대 후반 십대시절부터 주식중개인으로 활동해 막대한 부를 이룬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유럽의 워렌 버핏, 주식의 신이라고도 불린다. 타고난 예술가적 자질과 유머 감각을 살려 쓴 유쾌하고 재미있는 투자 관련 글들로 칼럼니스트이자 저술가로도 명성을 날린 그는 자신의 투자 인생을 총정리한 책인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1999년 9월 14일 파리에서 타계했는데, 사후에 출간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독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최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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