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투' 시행 5개월만에 일시중단···코로나19 확산 주범 오명
"코로나19 양극화 되레 부추겨"···유권자 67%, "중단해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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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3위의 높은 지지율로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정권의 간판 정책인 'GoTo(고투)'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부터 주도했던 '고투'사업은 정부가 국내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여행금액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정책으로 시행 초기부터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치한다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됐으나, 연일 치솟는 감염자 수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고,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지난 14일 일시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기한은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이나 도쿄(東京)와 나고야(名古屋) 등 감염이 심각한 지역은 16일부터 적용됐다.

잠정 중단 상태이므로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 따라 재개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사업 자체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수많은 관광, 외식, 여행, 항공, 숙박업계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보다는 '고투'와 같은 지원책을 통해 생계나 폐업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기를 바랬을 법도 한데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는 '고투'사업의 혜택이 일부 대형업체에 집중되는 편향적 구조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7월 중순부터 시행된 '고투'사업은 총 예산 1조6700억엔(약 17조원) 규모로 전국여행업협회(ANTA), 일본여관협회 등의 공공단체와 JTB를 필두로 한 대형여행사 등 총 14개 단체와 기업이 참여해 구성된 '관광산업공동제안기구(이하 '기구')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ANTA는 자민당 간사장인 니카이도시히로(二階俊博)씨가 30년 가까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전국 5500여개의 여행업체를 거느린 방대한 조직이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고투' 캠페인을 중단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스가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정계 실력자인 니카이 간사장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올 3월초 ANTA를 비롯한 관광업계 관계자가 자민당 내부 협의에서 관광업계 경영지원이나 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던 중에 니카이 간사장의 노골적인 명령조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해, '고투'사업의 단초를 향후 사업 운영 주체 기구의 수장이 제공한 꼴이 돼버렸다. 당연한 결과로 설계자의 입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고투'사업의 혜택은 대형업체가 누리고, 소규모 영세업체는 들러리만 서는 구조다.

'고투'사업은 일정 금액이 아닌 일정 비율로 지원하는 구조다. 소비금액일 클수록 지원금액의 절대치도 커지는 만큼, 소비자는 값싼 여관에 머무르기 보단 비싼 호텔을 선호하고, 싸구려 식당 보다는 고급 레스토랑을 가서 외식을 하게 된다. 소규모 숙박업체나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고투'사업 시행 이전이나 이후나 매출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기업통계조사의 숙박·외식·유흥 대기업(자본금 10억엔 이상)과 영세기업(자본금 1000~2000만엔) 매출을 비교해 보면, 숙박 대기업의 경우 올해 1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9% 감소했지만, 2분기(7~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42.8%로 감소폭이 대폭 줄어 들었다. 1분기의 심각한 상황이 2분기에는 크게 개선된 셈이다. 이에 반해 영세기업의 경우는 같은 기준으로 90.0% 감소에서 79.7% 감소로 '고투'사업 시행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투'의 지원금이 가장 필요한 영세기업을 되레 외면하는 결과를 보인 셈이다.

임금수준에 대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통계조사 2020년 2분기(7월~9월)의 대기업 평균 급여는 58만 6000엔인 반면, 중소기업은 32만 2000엔으로 거의 절반 수준인데다 산업 평균 월급여 40만 9000엔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영세 숙박·외식·유흥업종 종사자의 월 평균 급여는 24만 6000엔에 불과해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취약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이 크게 줄거나 실직한 사람들의 경우,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여행이나 외식비를 지원받더라도 사치스러운 관광이나 외식을 할 여력이 없다. '고투'사업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투'사업이 오히려 취약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기고 있을 뿐이다. 

이 외에도 '고투'사업이 세대간 양극화를 부치기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통계에서 보듯 코로나19의 치명률은 80대 노인의 경우 15% 이상으로 젊은층에 비해 매우 높다. '고투'사업이 사람과 접촉해 감염되더라도 심각해질 위험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층에 혜택이 편중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공짜라도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행이나 외식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노약자들에게 '고투' 사업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고투'사업 중단 발표 이틀전인 지난 1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17%포인트 하락한 40%로 추락했다. 특히 일본 유권자의 67%가 '고투'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해 이 사업의 지속 추진에 대한 불만이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스가내각의 간판정책 '고투'사업, 조기낙마의 부메랑이 돼 돌아올 지, 재개까지 한달 남았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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