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총리의 코로나19 정책 상징 ‘고투 트래블’ 사업, 여론에 떠밀려 결국 일시 중단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웃으며 자기소개 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가 총리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천명에 육박하는 상황 속에서 ‘가스입니다’라며 자기 소개를 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미지: ANN 뉴스 영상 캡쳐)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웃으며 자기소개 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천명에 육박하는 상황 속에서 ‘가스입니다’라며 자기 소개를 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미지: ANN 뉴스 영상 캡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결국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을 전국적으로 일시 중단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경기 부양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중시해온 스가 총리가 결국 여론에 떠밀려 정책 중단 결정을 내린 모양새가 됐다.

‘고투 트래블’ 사업은 스가 총리가 9월 취임 당시 내걸었던 ‘감염 방지와 경제 재생의 양립’의 상징이기도 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가 현저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고투 트래블’의 중단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아졌지만 스가 총리는 ‘고투 트래블’ 정책과 감염 확대의 상관성을 부정하며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수도 도쿄(東京)에 대해서는 ‘고령자는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에 이어 도쿄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은 사업 적용이 안되지만 도쿄에서 출발하는 여행은 계속해서 ‘고투 트래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애매한 방침을 내놓으며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 60~70%의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던 스가 내각이 코로나19 대응 미흡으로 지지율이 40%대까지 급락하자 급기야 14일 저녁 “전국에서 일단 중지해야 한다고 결단했다. 스스로 판단했다”며 물러서고 말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이날 회견에서 스스로 정책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기자단에게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쿄 신주쿠(新宿) 가부키쵸(歌舞伎町) 인근의 늦은 저녁 풍경
도쿄 신주쿠(新宿) 가부키쵸(歌舞伎町) 인근의 늦은 저녁 풍경 (사진=최지희 기자)

‘고투 트래블’은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 주도해 올해 7월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감염 방지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와의 양립을 중시하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다. 11일에만 해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고투 트래블’의 전면 중단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인터넷 방송에서 스가 총리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스’입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한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자신의 성을 거꾸로 발음해 ‘가스’라고 소개한 스가 총리를 두고 의료 현장의 급박함에 대한 이해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됐다며 비판이 쇄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의사회 회장은 같은 날 민영 위성방송 BS-TBS에 출연해 의료 관계자도 환자도 힘든 상황 속에서 “일국의 총리가 웃는 얼굴로 농담”을 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스가 총리가 지난 9월 16일 취임 이후부터 이달 13일까지 취임 3개월 동안 업계 단체와 40차례 면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관광 업계의 단체장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신문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지난달 27일 스가 총리가 ‘전국여관호텔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회’ 간부의 지원책을 요청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2021년 10월과 2022년 여름에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선거 기반이 되는 업계 단체와의 결속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신문은 짚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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