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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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브랜드 과일이나 농산물 신품종의 해외유출을 방지하는 일본의 종묘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농수위)에서 가결됨에 따라 사실상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식물 품종 개발자를 '육종권자'로 지정해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종자나 수확물, 가공품을 이용할 권리 소유와 보호 내용을 담아 기존의 실무적인 내용을 보완해, 1998년에 대폭 수정된 현행 종묘법의 개정안인 이번 법안은 '일본내 육성 종자의 해외유출 금지'와 '자국 농가의 자가증식(자가채종)을 금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때 한국산 딸기 '설향'의 뛰어난 맛을 두고 일본 품종인 '레드펄'과 '아키히메'의 해외 유출 논란이 인 만큼, 개정안은 일본 육성종자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육종권자가 품종을 등록할 때 '일본 국내에서만 재배할 것'과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할 것'과 같은 조건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종묘법에서는 식물의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UPOV) 가맹국이라면 등록품종이어도 해외로 가져갈 수 있는데, 이를 개정안을 통해 막겠다는 의도다. 

두번째는 ‘등록품종'의 경우 수확물의 일부를 종묘로 사용하는 자가증식을 허가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종자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리스크를 줄이겠다는것이 목적이지만 사실상 농가의 자가증식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농림수산성은 재래종이나 등록된 적 없는 품종, 품종등록 기간(25년)이 끝난 품종 등을 일컫는 ‘일반품종’의 경우 기존과 같이 농가의 자가증식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수성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은 "일본농업을 해치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농민들은 "등록된 품종의 육종권자에게 자가증식의 대가는 물론,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농민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종묘법을 개정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딸기 농가 출신의 자수성가형 스가요시히데(菅義偉) 수상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농가가 궁지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종묘법 개정안의 통과를 앞두고, 농약과 비료, 종자 등을 세트로 판매하는 국내 및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종묘법 개정을 앞둔 위기의 일본 농가를 조명해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씨앗은 누구의 것인가 (하라무라마사키 감독)'에서 등장한 딸기 농가의 한 부부는 "크기와 모양이 좋은 딸기를 ‘씨종자’로 남겨 내년에 ‘어미종자’로 쓰는데 이를 몇 년간 반복하면 양질의 종자가 나온다. 하지만 종묘법이 개정되면 자가증식이 금지돼 매년 종자를 구입하는데만 해도 과일 판매대금에 버금가는 돈이 들어가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눈물섞인 모습을 보였다.

자가증식의 전면 금지 조항을 담은 일본의 개정 종묘법은, 선진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식인 밀은 농가가 자가채종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쌀, 보리, 콩(대두) 등은 예외를 두어 자가증식이 가능하다. 
 
종묘법 개정에 찬성하는 측은 품종등록 기간이 지난 '일반품종'의 경우 자가증식이 가능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반대하는 측은 "꽃가루나 바람에 의한 자연스러운 증식에도 벌금을 부과할 작정이냐"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다큐에서는 또 자가증식이 불가능한 품종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고 지금껏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다큐는 "이를 생산자의 공부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악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한편으로 육종권자의 지적재산권 확대만 이롭게 하는 위험성이 있다"며 "미국의 몬산토(MONSANTO) 같은 글로벌 기업이 육종권자로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여, 기존의 전통 농가가 종자 구입비를 지불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꼬집고 있다. 

입헌민주당 소속 가메이아키코(龜井亞希子) 중의원은 "12월 5일 회기만료는 어불성설이다"며 "졸속심의를 당장 중단하고 현지 농가의 목소리에 다시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당 중심의 참의원 상정 통과만을 앞둔 상태에서 스가 정권이 농업계의 비판이나 불만의 목소리에 개정안 반대로 화답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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