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도면 하청 아닌 타사에 전달·제작…기술자료 유용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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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의 조명기구 제조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1일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46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업무는 선주로부터 선박 제작을 의뢰받은 후, 하도급 업체에서 기자재를 납품받아 선박을 제조·인도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는 유일한 국내업체 A사의 제작도면을 B사에 전달해온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고객사인 선주 P사가 신규 업체 B사로부터 제품을 받을 것을 요구하자 그동안 거래해 온 A사의 기술을 유용해 B사에 넘겨준 것. 

선박용 조명기구는 선박엔진의 진동, 외부 충격, 해수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장치다. 따라서 일반 가정용 조명기구와는 폭발 방지 장치와 높은 조도,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공정위가 기술 유출에 대한 제재를 내리자 현대중공업측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B사를 하도급 업체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5가지 선박용 엔진부품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적발했다.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고 견적 제출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는 보다 저가에 제품 일부를 낙찰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존 업체들은 단가 인하 압박을 받게 된 셈이다. 

2015년 6월부터 약 3년간 80개 하도급 업체에게 총 293개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도 공정위가 이번 제재를 결정한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측은 "선주에게 제출할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들에게 자료를 요구했을 뿐"이라며 실질적인 서면 교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취급하는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유용 행위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직권인지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 제재 내용과 사유를 검토 중에 있으며 이후 대응 방안은 검토 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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