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헛점 이용해 사업주·직장상사 갑질 일삼아···대책 마련 시급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수년 동안 근속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기관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수년 동안 근속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기관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는 상사가 ‘갑질’ 과 ‘폭언’을 일삼아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참여해 2년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사직서를 냈다. 상사의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서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수년 동안 근속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기관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에 따르면 직장인 B씨는 ‘바늘귀’같은 취업문을 통과해 한 중소기업의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어렵사리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B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후, 2년 뒤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의 소박한 기대는 시작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 

자진 퇴사하면 내일채움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사업주는 물론 직장상사까지도 욕설이나 폭언 등 차마 견딜 수 없는 갑질을 일삼았던 것.

그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어떨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족들이 ‘내일채움공제’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목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해서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 노동자가 수년간 근속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해 1600만원을 받는 ‘2년형’과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해 3000만원을 받는 ‘3년형’이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직장 내 괴롭힘 등 불법적인 상황에서조차 청년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퇴사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진 퇴사할 경우 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기한을 채워야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 인원은 2만3933명으로, 전체 가입자(9만8572명)의 24.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명 중 1명 꼴로 중도 해지한 셈이다. ‘내일채움공제’ 사업장에서 2~3년의 계약기간을 볼모로 청년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대우가 중도해지율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조사 결과다.

직장갑질 119는 “내일채움공제가 ‘노예계약’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재가입 사유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업장의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재가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퇴사한 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것을 전제로 1회에 한해 재가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직장갑질 119는 또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한 재가입 요건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불가피한 사유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유로 두 번 다시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매우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가입 기간과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사업장이 노동자에게 부당대우를 일삼으면서 노동자를 묶어두는 무기로 이 제도를 악용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내일채움공제 가입신청 기간을 당초 취업 후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늘리고 사업주의 귀책으로 인한 재가입시 다른 사업장에서 재가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청년 재직자들의 장기근속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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