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는 사적인 질문…회사측 "일종의 성향 테스트일 뿐"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서류접수 화면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서류접수 화면

한국투자증권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까지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 중이다. 모집 분야는 지점영업, 본사영업, 리서치, 운용, 관리, IT 부문으로, 서류 제출 이후 AI 직무역량평가, 1차 면접, 채용검진, 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서류를 접수하던 지원자들 사이에서 "채용 홈페이지 질문 내용이 이상하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125개의 오지선다형 질문 중 연애 경험이 몇 번인지, 친구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였는지 등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질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서류 접수자가 채용 지원 버튼을 누르면 시작되는 ‘KIS Survey’의 질문들이다. 지원자는 30초 내로 답변을 해야 하며, 답을 체크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안내에 따르면 ‘옳고 그름이 없으니 솔직하게 응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각 문항을 잘 읽고 과거의 경험이나 본인의 생각에 가장 가깝게 솔직히 답해 주십시오’는 언급이 있다. 

질문 중에는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까?’, ‘중고등학교 시절 가정의 화목 정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합니까?’, ‘자신의 생일에 보통 몇 명으로부터 축하를 받았습니까?’ 같은 것도 있어 일부 지원자들은 "우회적으로 가정 형편이나 대인관계 등을 알아보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설문조사 첫 화면에는 ‘응답 후 진위여부 확인을 위한 증거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거짓으로 응답할 경우 입사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안내문도 있다. 이 때문에 지원자들 다수는 설문 결과가 면접 등 이후 전형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상시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체’에서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할 경우 최대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측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성향검사"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즉, 각 기업을 분석해서 성향을 파악한 후 지원자들이 해당 기업에 맞는 유형인지를 판단하는 용도라는 것이다. 한투 관계자는 "해외에는 이와 같은 테스트가 대중화돼 있으며 우리나라도 여러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군에 5~6년 전부터 도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구나 각 항목과 항목에 따른 배점은 전문기관에 일임하므로 회사측에서는 응시자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듭되는 취업난으로 공정한 채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만큼, 수험생들이 전형 과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회사들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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