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레미콘 업체인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의 삼표레니콘이 관련기업 유니콘을 위장 중소기업으로 등록해 관급공사를 따내다 공공조달시장에서 퇴출됐다.

게다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삼표레미콘 부지 이전을 놓고 송파구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패소당해 부지불식간에 해묵은 '갑질'을 벌였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 갑질에 이어 사적지로 지정된 주거지에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다 주민들의 비산먼지 소음공해를 '나몰라라' 하다가 쫓겨나는 꼴이 된 것.

2일 충북 충주에 레미콘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삼표 계열사가 위장 중소기업으로 적발돼 관급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적발된 유니콘은 국내 레미콘업계 2위인 삼표 계열사로 최근 충주 진출을 추진 중인 업체.

삼표는 대기업으로 관급시장에 참여가 제한되자 유니콘(대전공장, 공주공장), 남동레미콘(광주공장, 연천공장), 알엠씨 등 5개 위장 중소기업을 차려 이번에 적발된 기업 중 가장 많은 위장업체를 이용했다.

아울러 지난 2년 동안 252억 원(2013년 161.8억 원, 2014년 90.3억 원)의 관급 납품 계약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표가 충주 지역 공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공사 등 일반공사에 집중, 지역 업체와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후라 그 파장은 크다.

지역의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이번 중소기업청 조사로 삼표의 불손한 목적이 드러났지만 법적으로 관급공사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일반공사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련업계에서는 "지방 도시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붕괴되는 과정이 다반사"라며 "삼표가 욕심을 부리면 지역 레미콘업체 직원과 가족 등 5,000여 명도 생존권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표는 지난 2013년 동양으로부터 충청권 9개 레미콘 회사를 인수한 뒤 유니콘을 설립했다.

이어 삼표는 유니콘을 앞세워 지난달 7일 충주시로부터 건축허가 승인을 받고, 충주시 주덕읍 장록리에 레미콘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삼표는 레미콘ㆍ골재ㆍ콘크리트ㆍ기초소재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표그룹의 지주회사로 전국적으로 석산 6개와 레미콘 공장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삼표의 최대주주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역시 공공시장에 들어올 수 없다.

유니콘과 남동레미콘 등은 모두 정도원 회장 일가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해 지배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삼표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알엠씨와 유니콘의 지분 100%, 남동레미콘 지분은 76.2%를 소유 중이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기업들은 삼표의 5개 위장 계열사 말고도 KCC홀딩스, 다우데이타, 유진기업, 한글과컴퓨터, 쌍용양회공업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이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조달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고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이에 삼표 관계자는 "삼표가 유니콘이나 알엠씨 등을 직접 지배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확인서 등 서류를 허위로 발급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대표적 레미콘 업체인 삼표레니콘이 서울 송파구 풍납동 공장 부지 이전을 놓고 송파구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패소당했다. ⓒ출처=인터넷커뮤니티 풍납동 소식'
풍납토성 유적지와 주거민…수년 동안 레미콘 비산먼지ㆍ소음과 싸움

삼표의 레미콘 문제는 위장계열사를 이용한 영세업체 대상 갑질 논란뿐만 아니다.

서울 서초구 풍납동에 먼저 들어선 삼표레미콘은 비산먼지 유해물질 배출과 소음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민들에게 늦게 들어온 것이 문제라며 이전 요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삼표레미콘 공장에 대한 풍납동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약속대로 공장 이전을 이행하라'며 풍납동 발전과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레미콘공장 이전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풍납동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구 박인숙 의원(새누리당)과 박성수 새정치민주연합 송파갑 지역위원장, 송파구의회 등 지역 정치인들도 주민들과 함께 삼표레미콘 이전을 촉구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삼표레미콘이 "보상만 해주면 2010년, 2012년까지 이전하겠다며 7차례에 걸쳐 434억 원 등을 받아 갔으나 이제 와 보상 후 영업 보장을 하며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며 "235억 원의 토지보상금을 즉각 수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표 측이 해마다 보상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보상이 완료된 부분은 공장 부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사용허가를 취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삼표 측이 영업보상을 받고도 3년을 더하겠다고 하는 등 말도 안 된다"며 "(이미)보상이 끝난 토지도 서울시와 송파구청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고 있는데 허가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박 의원 삼표레미콘 최병길 사장을 불러 삼표레미콘 이전을 재차 촉구하는 과정에서 최 사장은 "보상이 완료돼도 3년간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종전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도 보상된 구역에 대해서는 문화재 발굴을 위해 송파구가 문화재청과 함께 펜스를 쳐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송파구가 지난해 7월에 '8월 30일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허가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삼표레미콘에 보냈는데 삼표 측이 이에 대해 법 위반이라며 서울시에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표레미콘은 송파구청과 협의 보상에 응하지 않고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냈다가 결국 패소당했다.

결국 송파구는 행정심판에서 유리한 입장이지만 삼표레미콘은 향후 소송을 제기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편, 그간 '철도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삼표그룹이 이번엔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꼼수 경영' 행태가 적발되자 정도원 회장 일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삼표그룹의 계열사 삼표이앤씨는 철도시설공단 간부와 정치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삼표 측은 "현재 일부 공장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송파구에서 매입한 공장 부지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행정심판 결과에 따른 항소 여부는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유 공장부지 보상과 공장 이전 관련 작업이 남아있지만 갑자기 이전하게 된다면 공장 시설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생각도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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