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계약' 감사실서 적발…검찰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

한국가스공사 CI
한국가스공사 CI

한국가스공사와 박석환 전 외교부 1차관과의 '황제자문계약' 사건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5월 이승훈 전임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말 가스공사 감사실은 박 전 차관과의 특허 자문 계약 건을 3년만에 감사를 통해 발견하고 이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약 반 년만에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수사를 끝내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동부지검은 7쪽 분량의 불기소 의견서에서 “피의자에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한국가스공사 내부 징계는 별론으로 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가스공사 측에서는 "검찰이 사건 관련 핵심 참고인도 부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스공사는 당시 박 전 차관과 1000만원 대의 자문 계약을 체결했는데, 주제는 ‘북미 LNG 액화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환경 분석’이었다. 그는 그러나 LNG 에너지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나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었다. 자문계약서에 따르면, 박석환이 가스공사에 제출하기로 한 보고서 세부 주제는 △북미 LNG 프로젝트 진행 현황, △국제유가 변경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산업 전망, △캐나다 정치환경 변화 고려한 에너지 정책 검토, △중남미 산유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 연구 등이다. 

더구나 박 전 차관이 쓰기로 한 자문 보고서는 본인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전부 가스공사 내부에서 생산됐다. 한 달에 한 건씩 모두 6건이 모두 가스공사와 자회사 직원들에 의해 작성됐다. 계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가스공사는 박 전 차관에게 한 달에 1000만 원씩, 마지막 달에는 500만 원을 지급해 모두 55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은 3년 후, 감사실을 통해서다.  

가스공사와 박 전 차관과의 계약 사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경영진, 그리고 가스공사 자회사인 KCLNG 등이 얽혀 있다. 검찰 의견서에는 피의자 이승훈 전 사장의 변론과 김 모 전 기획본부장, 임 모 전 해외사업본부장, 윤 모 전 LNG사업처장 등의 진술이 포함됐다. 하지만 막상 경영진의 지시를 받고 박 전 차관이 작성해야 할 자문보고서를 대신 쓴 가스공사 본사 캐나다LNG사업팀 직원 등 실무 직원들의 진술은 빠져 있다. 

또한 KCLNG 계약 실무 담당 차장 안모씨는 "본사가 박석환과 자문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해당 내용도 의견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은 고발대리인인 가스공사 변호사의 말을 인용, “안 씨가 캐나다에서 근무하고 있어 출석이 어렵다”고 적었으나 이는 거짓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검찰 수사 당시 이 전 사장은 “박석환을 공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보라고 지시했을 뿐, 박석환을 대신해 공사 직원들이 자문보고서를 작성 박석환이 부당하게 자문료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사장의 진술과 다른 경영진 등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배임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내부 감사 당시 감사실 책임자였던 상임감사위원은 그러나, 검찰측에서 감사실이 확보한 증거자료조차 요구하지 않았다며 "애초부터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게 아니냐"고 말한다. 이 상임감사위원은 문답서를 통해 “검찰 수사관은 전임 사장의 배임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자들을 일절 조사하지 않았고, 사장의 지시가 정당했다고 주장한 사람들만 골라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고발이 이뤄진 직후인 2018년 12월 18일에도 검찰은 첫번째 고발대리인 조사 시 감사를 통해 확보된 문답서 등 추가 자료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실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 중에는 배임 혐의 조사에 필요한 감사 결과를 망라한 ‘KCLNG 자문계약 관련 사실관계 및 판단’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 측이 자료를 요구하지 않자 감사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감사실이 보낸 자료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상임감사위원의 증언이다. 2019년 4월 30일 두번째 고발대리인 조사 당시 검찰 수사관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문답서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스공사 경영진의 행보에도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경영진은 이 전 사장을 고발할 무렵인 2018년 10월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측에 사건 관련 법률 자문을 받았다. 가스공사가 태평양 측에 지불한 자문료는 4900여만 원인데, 문제는 감사실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태평양 측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곳은 경영관리부사장 산하 조직이었던 국내법무부였다. 가스공사 였다. 

당시 경영관리부사장 임모 씨는 바로 2015년 ‘해외사업본부장'의 위치에서 이승훈 전 사장의 ‘박석환 자문계약’ 지시를 하위 직원들에게 전달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사건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송갑석 의원실에서 제공한 가스공사 내부 법률자문내역서에 따르면, 태평양 소속 이 모 변호사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건 관련 법률 자문을 가스공사 측에 제공했다. 

그가 특혜 계약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에서 형사5부장 검사를 지낸, 이른바 전관 출신 변호사라는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검찰 불기소 의견서에는 ‘고발대리인 변호사’가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이 적혀있는데 그 내용은 "KCLNG 전 차장 안 씨가 국내에 없으며 본 건은 혐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이 되더라도 항고하지 않을 것이나 공사 노조가 강성이라 고발 취소는 어렵다"고도 말했다. 

송 의원은 “KLCNG 직원 안 차장은 조사 당시 분명 현지법인 근무를 끝내고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며  "가스공사 경영진이 감사실과는 별도로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것은 특혜 자문 계약 사건을 마지못해 고발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에서 해당 건이 문제되자, 가스공사는 다시 이 사건을 특별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맡겼고 지난 2월 사건 관련자들을 검찰(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두 번째 검찰 고발이 이뤄졌으나 가스공사 경영진이 과연 적극적인 진상 규명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검찰 고발장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사건 진행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던 임 전 경영관리부사장(자문계약 당시 해외사업본부장) 외에, 본사의 지시를 받고 박 전 차관과 표면상의 자문계약을 맺은 당시 KCLNG 법인장인 유 모 씨만을 고발한 상태다. 

한편 가스공사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이번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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