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발표…"딸에게 경영권 줄 생각 한순간 해본적 없다"
"막내 조현범, 충분한 검증…예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장녀 조희경, 성년후견 신청엔…"당황스럽고 마음 아프다"
"골프 치고 PT 받고 건강…가족 문제로 심려 끼쳐서 송구"

경기 판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옥.(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기 판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옥 전경.(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 31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조양래 회장이 내놓은 입장은 단호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자 빠르게 진화에 나선 것이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 후견을 신청한 사유가 막냇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조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조현범 사장과 나머지 3남매 간 지분 다툼이 본격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26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조현범 사장은 지분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조희경 이사장과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차녀 조희원씨 등은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원이 조 회장에게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식 양수도 무효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현재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경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 등 3남매는 모두 합쳐 지분 30.97%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주식 양수가 무효가 되면 최대주주도 바뀔 수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이렇게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이 처음이라 매우 생소하고 난감하기까지 하다"면서 "최근 첫째 딸이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간의 불화로 비춰지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염려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이슈가 돼 주주분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돼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이렇게 입장문을 내게 됐다"며 "사랑하는 첫째 딸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이 당황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사진=한국타이어)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사진=한국타이어)

주식 매각건과 관련해서는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예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했다. 

이어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조 회장은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개인훈련)도 받으며, 하루 4~5km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또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거라면,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며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아울러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부디 제 딸이 예전의 사랑스러운 딸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내년이면 창립 80년이 되는 우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더욱 발전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저도 힘 닫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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