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다중대표소송·감사 분리선출 등 두고 격론

16일 열린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전경련)
16일 열린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전경련)

법무부가 지난 11일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학계와 경제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등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1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는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주요 이슈들을 점검하고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살폈다. 

윤창현 의원은 개회사에서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국민들께 문제의식을 쉽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토론회 부제를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으로 선정했다"며 "상법이 바로서야 기업이 우뚝 솟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극복 과정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氣UP(기업) 해드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상법이라는 이름의 입법은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법무부 상사법무과 이혜미 검사는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해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업에게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시켜주는 만큼, 기업의 원활한 주총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현행 상법은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로 의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은 발행주식 총수 규정을 배제한다.

그러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권재열 원장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이사의 대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상의 집중투표제는 득표수에 따라 차례로 이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1표만으로도 이사로 선임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임할 경우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는 도입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권 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서로 법인격이 다른 모자회사간 이익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회사의 주주와 자회사의 주주가 각각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해서는 "기관투자자에게 감사위원 선임권을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허용된 상황에서, 감사위원까지 선임할 기회를 주는 것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고 자칫 시장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개인의 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고 보호돼야 하는데, 한국의 특수 상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경영권을 업신여기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아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은 "현행 대표소송제가 모자회사 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신규로 도입할 필요는 있으나, 소송 남발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위원회의 실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감사를 두도록 하고, 1인 감사의 독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는 3인 이상의 감사로 구성된 감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러한 신규 제도의 도입도 의무화나 강제하는 방식 보다는 법령규정에 따른 정관자치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신현한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최종목표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로 하여금 대주주를 견제하게 해줄지는 모르나 기업 성과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권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 임기단축에 대해서도 "오히려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길수록 기업 가치가 높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도 효과적이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다중대표소송도 기대와 달리 기업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23개 주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어렵게 하는 법률(UD법)을 도입했다. 이후 외부투자자의 경영개입 가능성이 줄었다. 이로 인해 질적으로 우수한 신기술 특허출원이 증가하는 등 기업 혁신을 유도하는데 기여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합리한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이해하나 경영권 침해나 규제 강화로 인식돼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전했다. 

추 본부장은 또 "코로나 19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 투자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악용을 방지하는 방안도 입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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