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관광업계의 요청에 따라 8월 초로 예정됐던 ‘고 투(Go To) 캠페인’을 앞당겨 7월 22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이미지:ANN뉴스 화면 캡처)
일본 정부는 관광업계의 요청에 따라 8월 초로 예정됐던 ‘고 투(Go To) 캠페인’을 앞당겨 7월 22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이미지:ANN뉴스 화면 캡처)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고 투(Go To) 캠페인 사업’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자칫하면 제2의 ‘아베노마스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일본 관광청은 지난10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국내 관광을 장려하는 ‘고 투 트레블 캠페인’을 7월 22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8월 초 이후로 예정돼 있었으나 관광업계의 조기 실시 요구를 받아들여 이달 23일부터 시작되는 4연휴에 맞춰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22일부터 일본 국내 여행자는 비용의 35%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9월부터 비용의 50% 또는 1인당 하루 최대2만엔까지 지원 금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7일, 코로나19 수습 이후의 경기 회복 대책으로 이른바 ‘고 투 캠페인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20년도 보정(추경)예산안에 1조 6794억엔을 편성하는 안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수요 침체 및 외출 자제 등으로 피해를 당한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이 사업은 관광업, 음식업, 이벤트업 등이 대상업종이다.

‘고 투 캠페인 사업’은 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고 투 트레블’ 이외에 외식 시 사용할 수 있는 식사권 등을 제공하는 ‘고 투 잇(Eat)’, 공연 관람 시 최대 20%의 할인을 적용하는 ‘고 투 이벤트(Event)’, 지역 상점의 홍보 활동, 관광상품 개발을 도와주는 ‘고 투 상점가’ 캠페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대책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의 감염 확산 방지 노력을 철저히 하면서 경제 활동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해 감염 방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고 투 트레블’ 실시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고 투 트레블’ 실시에 대해 여론은 곱지 않다. 도쿄에서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200명을 웃도는 등 수도권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확산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 당국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비상사태선언’ 재발령 소문마저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고 투 캠페인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돈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뿌리게 될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고, “미국에서 경제 활동 재개 이후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본도 미국처럼 될 위험성이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의 논조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NHK가 발표한 여론조사(7월 10∼12일, 18세 이상 유효답변 기준 1268명 실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고 투 트래블’ 조기 실시에 대해 지자체의 반응 또한 여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정부의 감염 방지책과 관광 장려책을 각각 ‘냉난방기’에 비유하며 “정부가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자체적으로 ‘고육지책’을 모색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아오모리현 무츠시(青森県むつ市)의 미야시타 소이치로(宮下宗一郎) 시장은 “리스크가 높은 곳에서 리스크가 낮은 곳으로 사람이 이동할 것은 확실하다”며 시내 소재 관광 시설에 대한 폐쇄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대한 패러디도 등장했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낫 고 투(Not Go To) 캠페인’을 제안했다. 감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 술자리나 회식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지만, 정부의 ‘고 투 캠페인’을 비꼬는 듯 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 투 캠페인’ 정책이 ‘아베노마스크’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전체 세대에 천마스크 2장씩을 배포한 아베 수상의 대표적인 코로나19 대응책인 이른바 ‘아베노마스크’ 정책은 실효성 논란을 비롯해 배포 지연, 불량품 속출, 납품회사 유착 의혹 등 여러 문제점을 낳으며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막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고 투 캠페인 사업’을 강행해 나갈지, 만약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코로나 19 확산 방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균형있게 조율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