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참고서값 담합 주도,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까지…

참고서 시장 업계 1위인 천재교육이 국가 교육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고 자부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천재교육은 학습참고서 가격 담합을 주도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가하면, 오너인 최용준 회장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턱없이 높은 현금 배당을 하는 등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천재교육이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과서까지 만드는 기업이기에 때문에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참고서 가격 왜 안내려가나 했더니…

 
지난달 2일 공정위에 따르면 천재교육을 중심으로 시중 4개 출판사들은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온ㆍ오프라인 서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학습참고서 할인율을 15%로 담합했다.

합의는 2011년 12월 7일 인천송도에서 가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주최 모임에서 이뤄졌다.

현행 규정상 학습참고서 가격은 도서정가제를 적용받는 중ㆍ고등용의 경우 10~19%까지, 초등용은 그 이상 할인 가능하다. 실제 담합 이전 초등용 학습참고서 할인율은 업체별로 20%~26%에 달했다.

4개 학습참고서 회사의 총 과징금은 9억원 정도. 이중 천재교육은 3억60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출판사들의 할인율 제한 담합행위에 끼어든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게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2005년 도서정가제 도입을 틈 탄 기습적인 가격인상과 이에 따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오히려 정부의 행정지도를 가격담합의 구실로 악용했다. 공정위는 당시 학습참고서 가격 담합에 참가한 천재교육에 경고조치 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할인율를 제한해 참고서 가격을 상승시킨 담합행위를 시정조치했다"며 "향후에도 교육 분야에서 이런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한다면 엄중한 제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보다 높은 오너 일가 현금 배당, 그 이면의 일감 몰아주기

천재교육은 1981년 설립, 온라인 교육과 프랜차이즈 공부방 사업을 하는 '해법에듀', 출판물 인쇄사업을 하는 '프린피아', 인쇄 종이 및 인쇄용 기계를 납품하는 '천재상사'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 천재교육 최용준 회장 ⓒ천재교육 홈페이지
이들 관계사 모두 최용준 회장과 자녀인 최정민 경영기획본부장, 최유정 세 사람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렇듯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거액의 배당금까지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천재상사에 일감을 몰아준 관계사는 천재교육, 프린피아, 해법에듀, 천재문화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에만 발생했던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천재상사와 관계사들의 내부거래비율은 사실상 거의 100%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재상사는 2007년 19억 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각각 15억 원씩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65~104%에 이르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배당으로 대주주인 최용준 회장 일가는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웠다.

2011년 말 기준 천재상사는 최 본부장, 최유정 씨 남매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을 보유해 회사 지분 100%(1만주)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몸집을 급속도로 키워나간 후 여기서 발생한 이익의 대부분을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린피아 역시 천재상사와 더불어 관계사들의 내부거래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이 회사는 총매출 414억 원 중 235억 원(57%)을 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프린피아는 최 본부장이 41%(13만9400주), 최 회장과 딸 유정씨가 각각 31%(10만5400주), 28%(9만5200주)를 보유해 100%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법에듀 역시 2011년 말 기준 최 본부장과 딸 유정 씨가 각각 90%, 10%의 지분을 소유해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10억 원을 시 작으로 2010년 28억 원, 2011년 3억 원을 배당했는데 결국 여기서 발생한 배당금은 최 회장의 자녀들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모두 돌아간 셈이다.

재벌과 닮아가는 교육서비스업체…경제민주화의 틈새?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 경쟁을 해치는 행위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한 편법 경영권 승계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으로 지탄의 대상이다.

게다가 경영권 승계 과정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재벌의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

온라인 및 프랜차이즈 교육사업을 하는 해법에듀 또한 최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관계사다. 해법에듀는 지난해 매출이 325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해법에듀 역시 2010년 최 회장이 지분을 넘겨 현재 최 본부장이 9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최 본부장이 의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와중에도 최 회장은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해 천재교육 관계사들을 통해 사전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천재교육이 계열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세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형적인 오너일가 소유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태로 지적받을 수 있으며 회사기회 유용까지도 의심해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 "천재교육이 2세 승계 작업을 위한 자기 배불리기 식 경영을 멈추지 않는다면 교육업체로서의 이미지 실추와 도덕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재교육의 일감몰아주기는 오너일가에 뒷배를 채우기 위한 전형적인 방안이다. 아울러 참고서 가격 담합을 주도하는 행위는 학부모들에게 큰 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천재교육 담당자는 담합 관련 답변으로 "매년이라거나, 당사가 주도했다는 질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상생협의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건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며, 공정위로부터 의결서가 오는 대로 회사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 향후 진행할 여러 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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