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부 문건서 "안전한 물질로 판단 어렵다" 언급
애경산업 "아직 재판 진행 중…드릴 말씀 없다" 함구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애경산업이 사전에 자사 제품의 유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매체는 최근 "애경산업이 지난 2011년 10월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내부 문건에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문건 작성 시기는 정부가 2011년 8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인체 유해성을 공식 인정한 직후다.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SK케미칼 측이 1994년 말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에 의뢰해 시행한 가습기메이트 흡입 독성 실험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 실렸다. 실험 보고서에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2019년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전까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995년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애경산업은 문건에서 “실험 검토 결과, 흡입독성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안전한 물질로 판단하기는 어려움”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대조군과의 비교 혹은 통계학적 유의성이 없다고 하지만 병변의 발생이 없다고 할 수 없음”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가습기메이트의 주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구성됐다. 이들 두 성분은 폐 손상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고, 미량만 들이마셔도 독성에 노출된다. 

애경산업은 문건에서 “SK에서는 흡입독성을 거쳐서 본 물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실험 검토 결과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는 매우 희박함”이라고 적었다. “1995년 당시 본 실험 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임상독성에 대한 판단지식도 부족했을 것으로 보여짐”이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프레임을 흡입독성 유무가 아닌 폐 질환 발병에 국한시키려 한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문건에는 “SK케미칼은 향후, 흡입독성이 아닌 물질의 폐 침투 평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음”, “SK케미칼의 대응 결과에 대비하여 다양한 독성·안전성 자료 확보 예정. 특허, 논문, 각종 공정서 및 규격집”이라는 내용도 있다.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부터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료는 SK케미칼이 제조했고, 애경산업이 제조와 판매에 관여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이미 2002년 독성실험 결과를 보유해 제품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점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줄곧 “제조에는 관여하지 않고 판매만 했으며, 판매 당시 SK케미칼에서 물질 성분도 제공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 단독 사용 피해자의 48.98%는 제품 사용 후 2년 이내에 병원에 입원했다. 폐렴·급성기관지염·천식·기관지확장증 등이 원인이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현직 임원 34명이 검찰에 기소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이용자들을 사상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를 적용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재판은 검찰의 기소 이후 주 1~2회씩 열리고 있다. 지난 5월26일에는 공판준비기일 등을 포함해 36번째 공판이 열렸다. 애경산업측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보니 해당 문건에 대해서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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