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이후 3년3개월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년 3개월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 나갔다.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담당 검찰 부서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조사 중이다. 특히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 주고받은 지시·보고 관계가 주된 쟁점이다. 

2017년 2월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차례 고발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 등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은 합병·승계에서 불법이 의심되는 행위들을 각각 기획·실행한 주체를 파악하는 한편 이 부회장 외 그룹 수뇌부가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으로 진행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됐고,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 본인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삼성은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를 반대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당시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에는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한 이유도 검찰이 조사 중인 부분이다. 

2015년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표준지(가격산정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최대 370%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자체 감사 결과 그 배경에는 외부의 압력 등이 개입했을 수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 등의 이야기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합병 이후에는 콜옵션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절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1년 6개월간 진행된 삼성 관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11월 검찰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는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올해 들어 검찰은 옛 미래전략실과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수 차례씩 불러 의사결정 경로를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의 법적 책임과 가담 정도를 따져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쯤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해 영상녹화실에서 신문을 받고 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에서는 이 부회장의 귀가시간과 출석정보 사전 공개, 촬영 및 녹화, 중계방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검찰측은 "관련 수사상황은 해당 사건관계인 귀가 이후 규정에 따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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