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경영 명목 '팀장급 이상 상여금·휴가비 반납' 공지
강요 아니라지만…직원은 "동의 않으면 불순분자 낙인"
홍원식 회장만 '연봉 잔치'…지난해 보수 영업익의 4배
"주차장엔 최고급 세단 즐비한데, 월급 왜 깎나" 토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이 또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임직원들에게 상여금과 휴가비를 반납토록 한 것이 화근이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긴축경영 시행 공고문'을 임원을 포함한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긴축경영을 시행한다는 게 골자다.

이 일환으로 팀장급 이상 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상여금 및 휴가비 반납 동의서를 받았다. 반납 금액은 올해 12월까지 총 9개월간 상여금 30%와 하기 휴가금 50% 가량이다. 여기에 더해 '회사측 조치에 대해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토록 했다. 

문제는 지난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영업이익의 4배에 이르는 16억원을 보수로 가져갔다는 데서 불거졌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51%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는 "보수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홍 회장은 급여 반납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나 액수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씨와 아들 홍진석, 홍범석씨도 남양유업에서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급여를 반납한다는 얘기는 없다. 오너 일가지만 지분이 없어 연봉을 공개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 탓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올해 초 권고사직을 진행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고통을 일반 사원들에게만 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동의서를 작성한 직원들은 부서장의 호출로 해당 내용을 전해 들었으며, '회사의 정책이니 따르는 것이 좋다'는 하달을 받았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본인을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도 "급여 반납을 거부한 직원은 극소수로, 동의하지 않으면 불순분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양유업 직원들의 불만은 이미 예전부터 업계에서 회자됐던 내용이다. 5년째 급여는 동결 상태인 반면 각종 자비 부담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남양유업 팀장급 연봉은 6000만원대로, 동종업체인 매일유업이나 빙그레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적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현장 영업직원들도 고충을 토로한다. 대부분 자기 차량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한달 유류비용 30~40만원 가량을 대부분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이어서다. 중식비도 기존 8000원에서 올해 7000원으로 줄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정말 경영난에 시달리는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너가의 근황을 보면 여전히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블라인드에 글을 남긴 한 직원은 "회사가 어렵지도 않고 주차장엔 새로 뽑은 최고급세단이 즐비한데 무엇 때문에 우리 월급까지 깎어야 하나"고 토로했다.

신축 사옥 역시 구설의 대상이다. 지난 2016년 남양유업은 남대문로에서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 지역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이곳은 서울 내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지역이다. 남양유업은 보증금 200억에 매년 50~60억원씩을 건물주인 금양흥업에 지급한다.

금양흥업은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다. 홍 회장이 금양흥업의 비상근 이사이기도 해 임대료를 핑계로 사실상 오너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상여금 등의 반납은 어디까지나 관리자들 이상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일종의 솔선수범 조치이며 일반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동의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절차상 진행된 조치로 찬성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강요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말하는 갑질 의혹에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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