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흑점상어 19마리 잡아 참치 외형 유지에 사용"
환경단체 "사건 전말 드러났지만 책임 돌리기 급급"
'응답 없는' 사조산업, 수차례 연락에도 무대응 일관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사조산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멸종위기종이며 포획금지 어종인 미흑점상어를 태평양에서 포획해 참치 받침대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21일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선 광고전문가 이제석 씨가 기획한 현장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씨는 크레인에 상처 입은 대형 미흑점상어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원양어선에서 포획되는 상어를 연출했다.

미흑점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2급 동물로 지정돼 있다. CITES 등급을 지닌 야생동식물은 국가 간 거래 시 다른 동물보다 까다로운 법적 절차가 따른다.

사조산업 소속의 오룡711호는 지난해 9월18일 국내로 입항했다. 이들은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 포획을 금지한 미흑점상어 19마리를 잡아 참치의 외형을 유지하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조업에 참여했던 선원이 해양경찰청에 내부고발을 하면서 드러났다. 오룡711호 선장은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고도 해양수산부(해수부) 등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원양산업발전법 위반)로 입건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선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멸종위기 상어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이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내부고발로 이미 사건 전말이 드러난 만큼 멸종위기종을 구분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해수부 역시 입항하는 자국 선박의 항만검색도 시행하지 않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수의 원양어선이 멸종위기종이나 포획금지 어종을 포획하고도 보고 없이 입항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활동가는 "국가에서 선박의 불법어업을 통제하지 못하면 국제사회로부터 불법어업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는 일"이라며 "그러나 사조산업은 이번 사건을 오룡711호 선장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사조산업을 향해서는 "해당 사건을 공식적으로 책임지고 윤리적 조업방식을 선택하라"며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도적으로 전자 모니터링을 도입해야 하며 혼획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혼획 저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수부와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조산업이 소속 선박을 통제하지 못하고 불법어업을 자행하면 책임은 회사가 지는 게 마땅하지만, 검찰은 오룡711호 선장만 수사했다"며 "비슷한 입건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해수부에 대해선 "실효성 있는 입항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상어는 뽁뽁이(비닐 완충재)가 아닙니다", "해수부는 실효성 있는 선박검사 실시하라", "사조산업은 책임 있는 입장 표명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런 상황에도 사조산업 측은 연락을 피하며 입장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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