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유동화증권 '인기 시들'…차환 물량 떠안을 수도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 중 하나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이젠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경기가 둔화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진데다 증권사의 유동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4월 신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ABS, ABCP, ABSTB) 발행 실적은 전무하다. 

부동산 PF는 2010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증권사들의 수익 창출에 큰 몫을 해 왔다. 증권사가 직접 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PF 유동화증권에 채무보증을 서주고 신용을 보강,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증권사들은 채무보증을 서주면서 2~4%대 수수료를 받아 연간 수천억원의 이득을 올렸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은 PF 유동화증권이 팔리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이를 매입하기로 약정을 맺어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PF 시행사의 대출 채권을 담보로 한 증권사의 ABCP와 ABSTB 발행은 매우 활발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PF ABCP는 전년 대비 12.4%(2조4404억원) 가량 늘어난 22조1083억원이 발행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PF 유동화증권은 점점 인기를 잃고 있다. 증권사들이 금리를 높여줄 경우 역마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차환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증권사 ABSTB 4건은 차환 발행에 실패해 보증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떠안게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300억원 규모의 ABCP 중 50억원만 차환 발행하고 나머지 250억원을 사들였다.

지난달 말 기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에 공시된 주요 증권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금액 잔액은 메리츠증권 2조3000억원, 삼성증권 1조9000억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각 1조5000억원, 키움증권 1조원, NH투자·하이투자·미래에셋대우증권 각 8000억원 등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 제도 시행에 들어가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기류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부동산 PF 사업장별 채무불이행 사태로 번질 위험도 없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유동화 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차환발행 실패 물량이 더 증가하고 증권사에서 시행사, 건설사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부실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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