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시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운전면허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면허증을 자진반납한 운전자는 60만 1022명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7만 9832명이 증가한 것으로 1998년 제도 도입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이 35만 428건(전년 대비 5만 8339건 증가)으로 전체 중 58%를 차지했다. 75세 미만도 전년의 약 2배인 25만 5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7~2019년 일본 내 운전면허 자진반납 건수 추이. 75세 이상 운전자의 자진반납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일본 경시청 )
2007~2019년 일본 내 운전면허 자진반납 건수 추이. 75세 이상 운전자의 자진반납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일본 경시청 )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일찌감치 진입한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도쿄 히가시이케부쿠로(東池袋)역 부근 교차로에서 87세 고령 남성이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들을 들이받고 다른 차량과 연속으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31)과 딸(3세)이 숨지고 10명이 부상 당했다.

사고 가해자가 평소 걸을때도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의 조사 결과 밝혀지고, 희생자의 남편이 기자회견을 통해 조금이라도 운전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은 운전을 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면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고 직후에는 운전면허증 반납자수가 평소보다 20% 이상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로고마크(이미지=일본 경시청)
일본의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로고마크(이미지=일본 경시청)

일본에서는 이처럼 고령 운전자에 의한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면허증을 스스로 반납하면 신분증 겸용의 ‘운전경력증명서’를 발급해 버스·택시를 할인된 금액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인책을 펴는 한편, 고령자의 편의를 위해 일선 파출소에서도 면허증 반납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자진반납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지역에서는 면허증 반납에 대한 거부감이나 실질적인 불편함이 비교적 덜하지만,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서는 면허증을 반납할 경우 당장에 주요 이동수단인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이른바 ‘교통 난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9년 말 현재 일본 내 운전면허 보유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의 22.9%인 1천 885만여 명이며, 이중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는 582만여 명에 달한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 고령 운전자에 의한 운전면허 자진반납 유도책 등의 효율적인 교통사고 방지책 마련 뿐만 아니라 고령자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다각적인 지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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