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막고 일방적 '바우처' 교환 꼼수도

(그래픽=김승종 기자)
외국항공사 갑질에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여행사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 항공사들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입국 제한 조치로 취소가 불가피한데도 항공권 환불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수수료를 징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환불 중단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접수를 중단하거나, 환불 대상 항공권을 일방적으로 '바우처(상품 교환권)'로 바꾸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2일 기준 우리나라에 취항한 일부 외항사가 항공예약발권시스템을 통한 자동 환불을 막아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항공사는 독일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터키항공, 에티하드항공, 체코항공 등이다.

환불 중단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접수를 중단한 항공사도 상당수다. 또 환불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수수료를 징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를 입은 여행사와 소비자들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토교통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당장은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특히 터키항공은 환불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막은 후 며칠 후에야 통보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통상 항공사들은 IATA 시스템을 통해 5일마다(월 5~6회) 판매 대행사로부터 대금을 받거나 환불액을 돌려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처한 항공사가 늘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일방적인 환불 접수 중단이 속출하고 있는 것. 베트남항공 등 일부 항공사의 경우는 직원들의 휴직을 이유로 접수를 미루고 있다.

자동 환불 접수가 중단되자 여행사들은 수동 문서 작성 방식 등 고육책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동 방식은 항공사들이 신청에 일일이 승인을 해줄 때만 환불이 진행된다. 항공사가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소비자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홍사운 한국여행업협회(KATA) 항공협력국장은 "외항사들이 표면적으로는 환불 창구를 열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최대한 미루면서 자금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홍 국장은 "환불을 미루다가 항공사가 도산하면 결국 피해는 여행사와 고객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환불 지연보다 더 큰 문제는 환불 수수료 면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일 기준으로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에어캐나다,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등은 여전히 환불 수수료를 받고 있다. 취항 국가에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 환불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수수료를 챙기는 것.

인터파크 관계자는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들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며 "환불은 제때 해주지 않으면서 환불 수수료는 받으려는 외항사들 때문에 여행업계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ATA 등 각국 여행업협회는 환불 지연과 수수료 징수에 대해 공식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외항사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할 경우 명확한 보상책은 없는 게 현실이다.

IATA에서는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BSP)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여행사만이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BSP 여행사는 자사의 23일분에 해당하는 평균 국제선 항공권 판매액을 담보로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항공사가 부도가 나도 보상받을 안전장치가 없다.

KATA는 이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BSP환불 규정을 정상화하라는 내용의 촉구문을 IATA에 발송했다. 다수의 외항사들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행사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KATA는 또한 여행사에 전년도 판매 기준 담보 증액 요구 금지를 요구했다. 환불하지 않은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요구사항은 현행 월 6회 운영하는 판매 기간을 잠정적으로 월 2회로 변경하는 것이다.

일부 외국항공사는 환불 대상 항공권을 일방적으로 '바우처'로 교환하는 꼼수도 쓰고 있다. 돈을 돌려주는 대신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예매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바우처 제공을 하고 있는 항공사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과 카타르항공 등이다.

항공 당국은 피해를 야기한 외국 항공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신윤근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장은 "민원이 제기된 항공사에는 공문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하는 경고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항공사들의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맡으면서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세부적인 피해 구제 등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서 사안을 살피는 중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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