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 부지 넘어가도 재매입"…예상가 약 4500억원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한항공 소유 부지 매입을 두고 이른바 헐값 논란이 일고 있다.

2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연면적 약 3만7000㎡ 부지 매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고려중인 예상 매입가는 약 4000억~4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에 소나무숲 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대한항공과의 협상이 결렬돼 제3자에 부지가 넘어가더라도 재매입하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송현동 용지는 역사 문화적 가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시민 의견"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의 공적 활용을 위한 매입 의사를 대한항공에 전달하고 매매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에서는 매각 주관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가 이같이 밝힌 것은 사실상의 매각 압박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표명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 협의나 진전은 없다고 한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6000억 원대(장부가 3600 억원)로 추정된다. 서울의 최중심지에 위치한 이곳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만큼, 실제 매매 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서울시에서 코로나19를 틈타 헐값에 부지를 사들이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대한항공측에 공개 입찰 없이 별도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가격 협상을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19년 기준 이 용지의 공시지가는 3098억원이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율)을 감안해도 감정평가액은 4000억 원 선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는 각종 규제에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이뤄진다. 따라서 미래 사업성을 반영하는 공개 입찰가보다는 훨씬 낮은 것이 보통이다. 서울시는 여기에 확보한 예산 없이 매각 2년 뒤에 돈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대한항공이 주관사를 거쳐 제3자에 부지를 팔더라도 서울시가 개발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임의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시세보다 싸게 부지를 넘길 경우, 회사에 손해가 되므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20년이 넘게 방치돼 왔던 땅이다. 삼성생명이 2002년 1900억원에 이곳을 매입해 개발을 추진했으나 각종 규제에 묶여 무산된 바 있다. 2008년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2900억원에 매입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이곳에 7성급 한옥호텔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 중부교육청은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한진칼 대주주인 KCGI는 2018년 말 한진그룹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해 왔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자구계획인 비전 2023을 통해 송현동 용지를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매각 작업은 1년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대한항공은 차츰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초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대한항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용지 매각 안건을 의결하기에 이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송현동 용지는 입지나 희소성 등 투자 매력이 상당하지만, 추가 수익을 내려면 결국 개발 사업에 대한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매각이 급하고, 서울시는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감정평가를 진행해 가격을 매길 계획“이라며 헐값 매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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