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력 45% 750여명 감원 결정
불황에 커지는 '감원 도미노' 우려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간다.(그래픽=김승종 기자)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간다.(그래픽=김승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불황에 빠진 항공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몰아칠 조짐이다.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3일부터 1차 희망퇴직 공고를 낸다. 이미 구조조정 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스타항공 감원이 업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전에도 그 숫자가 지나치게 늘면서 출혈 경쟁 논란이 있었다. 만약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이번에 전체 인력의 45% 가량인 750여명 정도를 감원하기로 했다. 오는 3일과 17일 1·2차 희망퇴직을 공고‧접수한 뒤 오는 24일에는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통보한다. 이어 5월31일에는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게 회사측 계획이다.

만약 희망퇴직 신청자가 구조조정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나머지 인원을 정리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에도 이스타항공은 1∼2년 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노사 간 회의에서는 1683명인 직원을 930여명까지 줄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른 LCC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급여반납 및 유·무급휴직 확대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사실상 통제되면서 항공업계는 생존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진에어의 경우 순환휴직제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모든 직원들은 1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임금은 70%만 지급받는다. 제주항공은 경영진이 임금 30%를 반납하고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6월까지 최대 4개월간 유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에어부산도 이달 4월말까지 유급휴직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형항공사(FSC)들이 겪는 어려움도 LCC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무급휴직 확대·임금반납 등 올해 들어서만 3번째 자구책을 내놨다. 급기야 이달에는 인력 운영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전 직원들은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에도 10일의 무급휴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기간이 늘어나고 대상도 조직장까지로 확대됐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12월에도 15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2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전체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희망휴직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항공은 기장 351명, 부기장 36명 등 외국인 조종사 전원에게 1일부터 3개월간 무급 휴가 조치를 내렸다. 이중 60여명은 자발적인 무급 휴가에 들어갔지만, 5월부터는 전원이 무급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다양한 자구책을 시도하고 있으나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현재로서는 없다. 지난달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은 전년대비 90% 이상 줄었다.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급감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상반기에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 손실액은 6조3000억원에 이른다.

항공은 국가의 물류·수송을 책임지는 기간산업이다. 따라서 항공업계의 불황은 관련 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항공업계 위기로 인해 일자리 약 16만개가 감소하고 GDP(국내총생산)가 11조원 증발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이스타항공으로 촉발된 구조조정 바람이 항공업계 전체로 번지면 고용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회사채 매입 조건을 항공업에 확대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아쉽다“고 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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