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사장·고문 등으로 영향력 행사
"올해를 끝으로 경영서 손 떼겠다" 선언

유한양행에서 지난 30여년간 사장·고문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연만희 고문이 올해를 끝으로 퇴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유한양행에서 지난 30여년간 사장·고문 등으로 있으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연만희 고문이 올해를 끝으로 퇴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지난 1988년 사장에 오른 이후 30여년간 유한양행을 좌지우지해 온 연만희 고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에게 "올해를 끝으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연 고문은 한양행 창업자이자 오너였던 고(故) 유일한 박사와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직원이다. 올해로 유한양행에 입사한 지 60년째를 맞았다.

1930년생인 연 고문은 지난 1961년 유한양행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1988년 대표직에 올라 1994년까지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었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1995년부터는 유한양행 1대 주주(지분 15.6%)인 유한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2001년까지 이사장을 지낸 그는 2002년부터 유한양행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 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고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유한양행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실질적 주인이 없게되자 연 고문은 대표이사 선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실력을 행사했다. 이런 탓에 막후 실세로 불렸다. 따라서 그가 퇴진하게 되면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대외적으로 유한양행 측은 연 고문의 퇴진에 큰 의미는 없다고 밝힌 상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도 이사회가 주축이 돼 대표이사 선임 등 주요 경영진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연 고문이 퇴임하더라도 회사 경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연 고문의 은퇴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다. 그의 나이가 90세가 넘다 보니 회사 내부에서도 퇴진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 이 대표의 전임인 김윤섭 전 대표도 지난 2015년 퇴임 전 연 고문과의 독대에서 "90세가 되기 전에 후배들을 위해 회사에서 떠나줘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연 고문은 그 당시부터 이미 퇴임 시기를 심각하게 저울질해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그가 "올해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히면서 유한양행은 '포스트 연만희' 체제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 연임 임기가 만료되는 이 대표의 후임으로 누가 새로운 수장이 될지도 관심사다. 연 고문이 부재한 상황에서 회사측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베일 속에 싸여 있다. 현재 이 대표의 후임으로 조욱제 부사장과 박종현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차기 대표이사는 공식적으로는 이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이사회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유한재단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한 이사장 역시 연 고문이 주도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때문에 차기 유한양행 대표를 낙점하는 데도 연 고문의 영향력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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