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7% 찬성…3자연합 추천 후보 전원 '부결'
'3분의 2룰' 정관 변경안도 만장일치로 '가결'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결국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끄는 3자연합의 정면 대결 구도로 관심을 모았다.

주총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서 조 회장은 찬성 56.67%를 얻어 통과됐다. 사외이사 선임건에서도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5명 모두가 이사회를 통과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이 추천한 3명의 후보는 전원 부결됐다.

한진칼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김석동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이다.

3자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부동산학부 교술,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이었다.

이번 주총에서 3자연합의 패배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법원은 지난 24일 반도건설의 지분(3.2%)에 대해 공시 위반이라며 의결권 제한 처분을 내렸다. 지난 26일에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상황은 3자연합에게 불리해졌다.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 대한 사내이사 연임건, 그리고 '3분의 2룰' 정관변경 역시 이날 주총에서 통과됐다. 정관 변경은 다음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힘을 실어준 조치로 평가된다.

주주 특별 결의에서 일반 결의로 변경하는 '3분의 2룰' 정관 변경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대다수의 상장 기업은 이사 선임 및 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해당 사안을 주총 참여 주주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3분의 2룰이 과거에는 외부인사의 이사선임을 막는 방패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64.09%의 찬성표를 얻었다. 그러나 3분의 2룰을 충족시키기 위한 2.6%의 지분이 모자라 연임에 실패한 바 있다. 반면 조 회장은 주주들로부터 50% 이상의 동의만 얻게 되면 사내이사 연임이 가능해졌다.

정관 변경안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주주들은 변경안을 가결시켰으며, 신임 의장으로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을 선임했다.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대한항공은 의장 분리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영활동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주주들의 판단이다.

정 전 총장은 당일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앞으로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소집·주재한다. 또 회사의 전략과 향방에 대해 조언하고 주주와 투자자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 의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한국산업조직학회장과 동북아경제학회장, 정부투자기관 운영위원, 감사원 감사혁신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심의위원장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 의장의 경영 전반에 대한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이 회사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개편했다. 아울러 보상위원회와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조 회장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서면으로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연이은 악재로 유례없이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됐으며 금년에도 코로나19사태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아시아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고, 유럽·동남아 등 중장거리 신규 노선 적극 개발 등 사업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향후의 비전을 밝혔다.

한편, 오전 9시로 예정됐던 한진칼 주총은 주요주주의 위임장 확인이 지연되면서 낮 12시10분께 시작됐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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