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에 2018년 전체 당기순익과 맞먹는 200억 투자
에어부산 "안전 상품이라 믿었는데…일정 부분 손실 발생"
전문가 "이사회 관여도 낮을수록 리스크 관리 느슨" 지적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라임자산운용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조6000억원대 사모펀드 환매가 중단된 이른바 라임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 새턴 시리즈 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와 플루토 F1 D-1호의 하위 펀드다. 전체 투자 금액 중 171억원은 현재 평가 손실로 잡혀 있다.

지금까지 라임사태 피해는 직접 투자한 개인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스피 상장사인 에어부산이 연루된 만큼 일반 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에어부산 투자 단행 3개월 후 해당 펀드는 환매가 중단됐다. 모펀드에서 예상되는 손실 규모는 50%에 이른다.

당장 투자한 금액만 에어부산의 2018년도 전체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또 환헷지 등 영업과 관련이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점은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투자 손실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과 배당여력 축소 등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더구나 지난해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해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회사 자금으로 라임 펀드에 투자가 이뤄져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한 상태"며 "현재 회사 인력 80%가 휴직 상태여서 자세한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에어부산이 지난 19일 제출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손실 금액은 146억원이다. 약 197억원 안팎을 투자해 171억원은 평가 손실을, 나머지 3억원은 처분 손실을 본 것이다. 다만 23억원 가량은 처분해서 이익으로 확보했고, 이자 수익으로 3억여원을 거둬 총 146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삼일회계법인이 이들 모펀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결과 회수율이 50.4~78.5%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개입을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에어부산의 지난해 1~3분기까지 이뤄진 이사회 의결 내용 공시를 보면 금융투자에 관련한 안건은 없다. 공시를 누락했거나, 해당 투자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며, 실제로 투자 초기에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했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항공과 물류업을 전문으로 하는 에어부산이 위험상품에 투자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상장회사가 자기 자산으로 투자하려면 투자 액수와 투자 위험도가 커질수록 의사 결정 위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회사별 기준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사회 관여도가 낮을수록 리스크 관리가 느슨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표면적인 투자 주체가 아닌 실질 전주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라임피해 법인 가운데 상장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결과를 보면,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에 투자한 법인은 581곳(계좌수 기준)이며 투자 총액은 6736억원이다. 라임펀드를 법인에 판매한 판매사는 △신한금융투자(2046억원) △신한은행(1072억원) △우리은행(1046억원) 등 순이다. 이들 세 곳의 판매액(4164억원)은 전체의 61%에 해당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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