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코스서 건조시간 오래 걸려"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 AI'가 논란에 휩싸였다. 몇몇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조 시간이 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랑데 A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인증받은 제품이다. 그런데 막상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후기에는 "사용해 보니 표준코스에서는 생각보다 건조시간이 오래 걸린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삼성이 1등급을 받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건조기 에너지소비효율 측정은 표준코스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해당 코스에서는 제대로 건조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표준코스 대신 AI맞춤건조코스로 건조 정도를 4로 변경해 사용하면 된다"는 글을 올렸다. 표준모드 작동 시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으로, AI 맞춤건조보다 2배가 걸린다.

AI맞춤건조코스는 그러나 에너지 효율 등급이 좋은 표준코스에 비해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 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는 히터와 히트펌프를 결합한 이중 섬세 건조 방식을 활용해 옷감 손상과 건조 시간을 줄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표준코스에서는 막상 히터가 작동하지 않고 핵심부품인 컴프레서의 회전 속도도 낮아진다.히터는 전기로 열풍을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바로 이 히터가 작동하지 않아 에너지는 절감되지만 건조 시간은 그만큼 길어지는 것이다. AI맞춤건조코스로 작동할 경우 히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조는 빠르지만 전기소모가 많아진다.

더구나 삼성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연동할 때 세탁기를 표준코스로 작동시켰더라도 건조기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AI맞춤건조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쓰면 2등급인 제품을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1등급 제품으로 둔갑시켰다며 비난하는 분위기다.

통상 건조기의 경우 코스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제품을 켰을 때의 기본값을 기준으로 에너지 효율을 측정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핵심 요인은 업계 최대 용량의 컴프레서와 열교환기, 일체형 건조통 설계에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랑데 AI 건조기는 저온제습 방식, 히팅 등을 각 코스에 맞게 알고리즘화해 표준-AI맞춤-쾌속 코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표준코스가 경쟁사 제품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건 맞지만 AI코스의 경우 건조시간은 경쟁사보다 훨씬 단축되면서 전력소비는 약간 우위에 있어 에너지 1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와 같은 기능은 경쟁사가 자동세척 대신 부품의 대용량화, 일체형 건조통 등을 탑재해 설계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편리할 정도로 건조를 빠르고 제대로 구현하려면 현존하는 기술로는 1등급이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히트펌프 방식은 삼성, LG 등 주요 업체들 모두 에너지효율이 높고 업계 최고 수준으로 상향평준화된 상태다. 결국 쓸 수 없는 코스로 1등급을 맞춰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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