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 KCGS·ISS 잇따라 재선임 권고
일각선 "한쪽 손 들기 부담…기권할 수도" 전망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픽=김승종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치고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이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 회장 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결권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역시 최근 조 회장의 재선임에 찬성하는 권고안을 회원사에 발송했다. 

ISS는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 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을 냈다. 이들은 두 사람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자문사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자문사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그 이유를 추궁당할 수는 있다. 과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민연금으로서는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국적항공사 오너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은 도움을 주면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역시 조 회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15일 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조원태 회장 체제 이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3자연합이 내세우는 전문경영인은 낙하산에 불과할 것" 등 글이 올라왔다. 3자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 KGCI와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을 일컫는다.

이를 보면 사내 여론은 조 전 부사장보다는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편이다. '한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진그룹 살리기' 등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연이어 개설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진칼 주식 사기 운동'도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진칼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도 실력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사내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주총 안건별로 찬반 의견을 투표하도록 할 예정이다.

GS칼텍스와 한일시멘트 등 조 회장의 숨은 우호지분도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직전 한진칼 지분 0.25%(약 14만주)를 사들였다. GS칼텍스는 당시 "보유현금 운용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진그룹과 GS그룹의 협력관계를 감안하면 지분 매입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 상속지분 6.87% 전량을 GS홈쇼핑에 매각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2월부터 한진칼 지분 0.39%를 보유 중이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역시 한진의 사외이사를 18년간 맡아온 인물이다. 즉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조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 회장 진영의 지분율은 33.45%이다. 3자연합이 가진 지분은 31.98%로 양측의 차이는 1.47%p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8%), GS칼텍스(0.25%), 한일시멘트(0.39%) 등이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된다면 3자연합을 5.91%p 차이로 따돌릴 수 있다.

다만 조 전 부사장 등 3자연합의 숨은 우호지분이 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3자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3자연합이 밝히지 않은 우호지분까지 고려하면 양측 지분은 대등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칼 지분 2.2%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3자연합의 우호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강성부 KCGI 대표와 서울대 투자연구회 동기로 친밀한 관계이다.

그러나 타임폴리오가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자산운용사인만큼 3자연합 편에 선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번 주총에서 기권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섣불리 한쪽 손을 들기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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