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생활 주민 4만 7천여명,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지역 주민 반발···아베 총리 ‘부흥 올림픽’ 강조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탱크. 높이 약 12미터의 거대한 이 탱크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로 채워져 있다. (이미지: TV아사히 뉴스 캡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탱크. 높이 약 12미터의 거대한 이 탱크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로 채워져 있다. (이미지: TV아사히 뉴스 캡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화회담을 갖고 도쿄올림픽 등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림픽 1년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어쩌면 그들(일본)은 1년간 연기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의 판단을 존중한다던 자세에서 처음으로 ‘1년 연기’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시기에 도쿄올림픽이 개최될지 여부에 쏠려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동일본대지진 9년을 맞이한 재해 지역 주민들에게 올림픽은 여전히 남의 일만 같다. 일본 정부가 내걸고 있는 ‘부흥 올림픽’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NHK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동일본대지진 사망자 및 실종자는 총 1만8천428명이며, 피난 생활 중 사망한 사람을 비롯한 ‘관련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만 2천명 이상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발생 10년 뒤인 2021년까지를 ‘부흥·창생’ 기간으로 정하고 재해 복구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일본 부흥청의 통계에 따르면 재해가 발생한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전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지난달 기준 4만 7천 737명에 달한다. 아사히신문은 재해 지역인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테(岩手)현, 미야기(宮城)현 등 3개 지역의 인구가 9년 동안 약 34만명이 줄었다고 전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 처분 문제는 가장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 지역 및 인근 주민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금도 매일같이 170 t 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전 부지에는 이미 118만t의 오염수를 담은 탱크가 가득 들어차 2022년 경에는 더이상 보관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1월에 열린 일본 경제산업성 전문가 소위에서는 해양 방류 방안과 수증기 방출안이 제시된 바 있는데, 이중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해양 방류’가 유력한 처리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발행된 후쿠시마 지역지 ‘민유(民友)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가득 메운 약 1000기의 오염수 탱크(이미지: TV아사히 뉴스 캡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가득 메운 약 1000기의 오염수 탱크(이미지: TV아사히 뉴스 캡쳐)

하지만 이른바 ‘국제 기준’에 맞게 오염수의 오염 농도를 낮춘 뒤 태평양에 방류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는 일본 정부와는 달리, 한국 등 주변국과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이 동일본대지진 9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처분 방법에 대해 20%만이 정부의 ‘방출(방류)’ 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한 주민은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겨우 바다에 다시 나와 작업을 시작할 정도가 됐는데, 방류를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무리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민유신문에 “처분 방법이 어떤 형태가 되든 풍평피해(風評被害·뜬 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으면서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부흥하는 피해지역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아베 총리의 외침이 커지면 커질 수록, ‘부흥’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더욱 도드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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