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자영업자 '늑장 상환'에 전전긍긍

모처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지만 은행권 표정은 밝지 못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 비율은 0.77%로 전년 대비 0.2% 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기에 금융당국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대출 규모를 100조원이나 늘렸다. 그러나 경기부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1조9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24조1545억원에 비해 17조7769억원 급증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가 69조7756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밖에는 신한은행(47조2595억원), 하나은행(45조436억원), 우리은행(44조550억원), 농협은행(35조7977억원) 순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연체율 증가의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의 경우 중립을 적용하므로 대출을 늘려도 별도의 불이익이 없어 은행들은 최근들어 취급액을 크게 늘려왔다.

여기에 은행들이 정부 주문에 맞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점도 위기요소로 꼽힌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월 한 달간 1조5525억원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만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평균 0.21%에서 코로나19 가 처음 발생한 1월 한 달 만에 0.23%까지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기나 지표 악화는 통상 어려움을 겪는 곳에서 시작된다”며 “지표에 위기가 반영되는 시기는 오는 4월말 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이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 은행들은 충격흡수 능력을 의미 하는 대손충당금을 1년 전보다 9%가량 더 쌓아올렸다.

전문가들은 개인사업자의 경우 경기 둔화에 더욱 민감한 만큼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이 많이 몰리는 2금융권과 P2P금융, 대부업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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