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용역에선 "농협 자체 개발" 결론 냈지만…
농협 "대체 부지 없고 매출 손실 우려" 거절
부지 매각 제안에도 '손해 볼라' 절래절래

서울시가 추진 중인 복합유통센터 건립 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복합유통센터 건립 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도봉구 창동역 일대에 추진 중인 복합유통센터 건립 사업이 생각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땅주인' 농협이 비적극적이고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다. 자체 개발에도, 부지 매각에도 고개를 가로 젓기만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동북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창동역 주변에 국내 최초의 케이팝 전문 공연장 및 복합유통센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상대로라면 이곳에는 문화와 유통을 결합시킨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지난해 발주한 '개발 기본 구상안 수립' 용역 결과는 뜻밖이었다. 연구 용역에서 "농협이 자체 개발을 통해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방안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땅의 소유권 문제가 작용했다. 현재 서울시와 농협이 각각 30%와 70%의 비율로 토지를 나눠가지고 있는 이 땅이 올해 말이면 100% 농협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서울시는 서초구 양재동 연구개발 캠퍼스 조성을 위해 양곡도매시장을 농협 소유의 양재동 농협주유소 부지로 이전시켰다. 대신 시 소유의 창동 하나로마트 부지를 농협에 넘기는 것이 조건이었다.

마트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농협이 자체 개발을 통한 복합유통센터 건립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건물을 짓는 데만 4년 가까이 걸리는데, 대체 부지를 구하기도 어렵고 매출 손실도 우려된다는 게 농협 측의 거부 이유이다.

창동 하나로마트의 연 매출액은 약 2300억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해 4년간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농협 관계자는 "시 정책에 협조하고 싶지만 농협의 본분은 농산물 유통을 통해 농업인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복합유통센터가 복병을 만나자 서울시는 새로운 대안을 검토 중이다. SH공사를 통해 농협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복합유통센터를 짓는다는 방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농협 측에서 자체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니 땅을 팔면 개발이 가능한 지를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SH공사는 사업성과 공공성 요건 등을 검토해 이달 안으로 부지 매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으로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핵심 유통시설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시 복합유통센터 건립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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